칠장사 나한전과 어사 박문수(御史 朴文秀) 합격다리
박문수가 장원급제한 몽중등과시(夢中登科詩)
조선 중기에 천안에 사는 박문수라는 선비가 과거를 보러갈 때 이야기다.
길을 나서는 날 아침, 어머니는 박문수에게 조청으로 만든 유과 보따리를 손에 쥐어주며 당부하였다.
“가는 길에 꼭 칠장사 나한전에 유과를 공양하고 기도를 드려라.”
어머니 말씀대로 박문수는 칠장사에 들러 나한전에 기도를 하고 그곳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어머니의 말씀도 있으셨고 해서 나한전에 유과를 올리고, 나한님께 불공을 드린 후 잠을 청했다.
신기하게도 그날 밤 꿈에 나한님이 나타나서 과거시험의 시제를 알려주며
총 8줄의 답안 중 7줄을 가르쳐주고 나머지 한 줄은 박문수 니가 알아서 써내라 하였다고 한다.
다음날 일어나 한양으로 올라가는 도중 내내 나한님이 가르쳐주신 글과
마지막 싯구를 생각하며 걸어 걸어 한양 과거시험장에 도착하여 시험을 보는데
과연 나한님이 가르쳐준 시제라 깜짝 놀라고 만다.
시제(詩題)는 낙조(落照)였다.
나한님이 알려준대로 7줄을 쓰며 나머지 한 줄을 써내려 가는데 일필휘지라!
낙조토홍괘애산(落照吐紅掛碍山) : 넘어가는 해는 붉은 빛을 토하면서 푸른 산에 걸렸는데,
한아척진백운간(寒鵝尺盡白雲間) : 찬하늘 갈가마귀는 자로 재는 듯 흰구름 사이로 날아가네
문진행객편응급(問津行客鞭應急) : 나루터를 묻는 나그네 말채찍은 빨라지고
심사귀승장불한(尋寺歸僧杖不閑) : 절을 찾아 돌아오는 스님의 지팡이는 한가하지 않구나
방목원중우대영(放牧園中牛帶影) : 방목을 하는 들판에는 소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고,
망부대상첩저환(望夫臺上妾低鬟) : 남편을 기다려 높은 누대 위에 섰는 아내의 쪽그림자가 낮다
창연고목계남로(蒼然古木溪南里) : 푸른 고목이 들어선 냇가 남쪽 마을에는,
여기까지는 나한님이 꿈속에서 알려준 후 나머지 여덟 번째 글은 박문수가 지는 것이다.
※ 단발초동농적환(短髮草童弄笛還) : 단발한 초동이 피리를 불며 돌아오더라.
이 답안으로 박문수는 장원급제를 한다.
※ 시험관(試驗官)들은 이 시(詩)는 사람이 지은 시(詩)가 아닌듯 한데,
마지막 구절(句節)만 사람이 지은 것 같다며, 앞 구절(句節)들은 모두가 비애(悲哀)가
깃들어 있는 시(詩)라면 마지막 종장(終章)에 환(還)이 희망적(希望的)이며
생동감(生動感)을 주는 것은 물론(勿論)이거니와 이 시(詩)는 필유곡절(必有曲折)로
생각(生覺)되어 박문수(朴文秀) 시(詩)를 장원급제(壯元及第) 시(詩)로 뽑게 되었다.
박문수가 써 내려간 시를 ‘꿈속에 나타나 과거에 오르는 시’라는 의미에서
‘몽중등과시(夢中登科詩)라고 한다.
박문수가 나한님께 유과 공양을 올리고 기도한 덕에 나한님께서 답을 가르쳐 주셨겠지만
그의 인품으로 보았을 때 효성과 사람 됨됨이가 나한님도 감동받을 정도의 성품이라
나한님께서 큰 선물을 주신 것이다.
이곳 나한전은 조선시대 어사 박문수가 과거를 치르러 가면서 칠장사에 머물던 중
꿈에 나온 시제가 과거시험에 그대로 나와 장원급제를 하였다는 전각으로서
지금도 입시철이 되면 수많은 학부모들이 이곳 나한전을 찾아 기도를 한다.
어사 박문수 합격다리 소원지걸기는 노랑, 빨강, 초록, 파랑, 흰색의 소원지에
학업성취와 합격!, 가족건강과 평화!, 사업번창과 만사형통!, 영가천도와 업장소멸! 등
평소 희망하는 내용을 기록하여 합격다리에 정성을 다하여 기도하며 동여매어
심신을 치유하는 뜻 깊은 의미를 내포합니다.
어사 박문수(御史 朴文秀) 합격다리
때는 바야흐로 1723년, 과거 수험생 박문수는 두 번의 낙방 끝에
오늘날 '문과 수시의 SKY'라고 할 수 있는 진사과에 당당히 수석 합격하게 되었다.
25세부터 도전한 시험을 8년만인 32세에 삼수 끝에 장원급제한 셈이다.
박문수의 합격 일화인 '몽중등과시(夢中登科試)'는 유명한 이야기인데,
박문수가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는 길에 이곳 칠장사 나한전에서 기도를 드리고 잠이 들었는데,
그날 밤 꿈에 나한전의 부처님이 나타나 과거시험에 나올 시제(試題)를 알려주어
박문수는 진사과에 급제하였고, 암행어사와 병조판서까지 지냈다.
오늘날 칠장사 나한전은 각종 시험을 보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합격 기도의 명소가 되고 있다.
박문수 다리를 건너 칠현산으로 올라가면 어사 박문수길이 펼쳐져 있다.
천년고찰 칠장사와 칠장사를 품은 칠현산의 정기를 받으며
어사 박문수의 전설을 따라 함께 걸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