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속에서/사람사는 현장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 김소월

앵봉(鶯峰) 2021. 11. 18. 19:13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 김소월(金素月, 1902~1934)

 

‘가고 오지 못한다’는 말을

철없던 내 귀로 들었노라.

만수산(萬壽山)을 올라서서

옛날에 갈라선 그 내 님도

오늘날 뵈올 수 있었으면.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고락(苦樂)에 겨운 입술로는

같은 말도 조금 더 영리(怜悧)하게

말하게도 지금은 되었건만.

오히려 세상 모르고 살았으면!

 

‘돌아서면 무심타’는 말이

그 무슨 뜻인 줄을 알았으랴.

제석산(帝釋山) 붙는 불은

옛날에 갈라선 그 내 님의

무덤에 풀이라도 태웠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