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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날국내 나들이/천주교(天主敎) 2020. 6. 21. 18:44
빨간 날
누구나 달력에 표기된 ‘빨간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달력에 빨간 날이 모여 있는 주간에는 여행이나 휴식을 즐기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한 해의 ‘빨간 날’, 즉 공휴일의 수를 세어보기도 합니다.
적어도 달력에서 만큼은, 빨간 글씨는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가져다줍니다.
‘빨간 날’이라는 표현은 생각보다 많은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레드레터데이(Red-letter day)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영어권 국가를 비롯해,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등의 유럽 국가와 라틴아메리카의 국가들도
‘빨간 날’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달력에 휴일을 빨간 글씨로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항간에는 인쇄기기의 잉크 특성상 빨간색을 선택했다하기도 하고,
눈에 잘 띄기 때문에 골랐다는 소리도 들려옵니다.
하지만 달력의 역사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인쇄매체가 발달하기 전부터
달력에 붉은 잉크를 사용해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미 중세 이전부터 교회의 달력에는 ‘빨간 날’이 있었습니다.
유럽 중세시대의 많은 서적을 보면 첫 대문자나 중요한 단어에
붉은 글씨를 자주 사용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당시 교회의 달력, 즉 전례력에는 교회의 중요한 날,
바로 성인의 축일이나 ‘주님 부활 대축일’과 같은 거룩한 날 등을 빨간 글씨로 기록했습니다.
사람들은 이 ‘빨간 날’에 축제를 지내거나, 성삼위나 성인을 기억하는 시간으로 보냈습니다.
그렇게 이 날들은 기쁜 날이자 기념할 날로 자리 잡아 오늘날의 ‘휴일’에 가까워져 갔습니다.
사실 해마다 정해진 날 휴일을 지내는 일은 교회의 축일 이전부터 있던 관습이지만,
유럽을 비롯한 가톨릭계 국가나 미국 등의 공휴일에서는
지금도 전례주년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찾을 수 있습니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우리의 마음이 하느님 안에 있지 않으면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우리도 교회에서 유래한 이 ‘빨간 날’들을 보내며
하느님을 기억하는 습관을 들이면 더 진한 ‘빨간 날’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출처 : 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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