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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산휴게소(礪山休憩所)
    국내 나들이/휴게소,쉼터(休憩所) 2016. 1. 23. 23:30

    여산휴게소(礪山休憩所)


    25번 호남고속도로의 여산휴게소(礪山休憩所)

    = 전북 익산시 여산면 호남고속도로 192 (호산리) =

















    난초(蘭草)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자줏빛 굵은 대공 하이햔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본디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

    정한 모래 틈에 뿌리를 서려두고,

    미진(微塵)도 가까이 않고 우로(雨露)받아 사느니라.





    고향(故鄕)으로 돌아가자


     

    고향으로 돌아가자 나의

    고향으로 돌아가자

    암데나 정들면

    못살 리 없으련 만은

    그래도 나의 고향이

    아니 가장 그리운가

     

    삼베 무명옷 입고

    손마다 괭이 잡고

    묵은 그 밭을

    파고 파고 일구어

    그 흙을 새로 걸구어

    심고 걷고 합시다.












    가람 이병기(嘉藍 李秉岐, 1891~1968)


    국문학자. 시조시인. 본관은 연안(延安)이고 호는 가람(嘉藍), 전북 익산 출생.

    조선어 강습원 졸업(1912). 한성사범학교 졸업(1913). 조선어 연구회 간사(1921). 동광학교, 휘문고보 교원(1922).

    1923년부터 조선문단을 통해 시조, 수필 발표. 1926년 동아일보에 〈시조란 무엇인가〉를 발표한 이후 시조를 이론적으로 연구.

    1930년 맞춤법 통일안 제정 위원. 1935년 표준말 사정 위원(전북 대표).

    1942년 조선어 학회 수난으로 1년 복역. 광복 후 미군정청 편수관(1945). 서울대학교 교수(1946). 전주 명륜대학 교수(1951).

    전북대학교 문리과 대학장(1952). 중앙대학교 교수(1956). 예술원 추천회원(1957). 학술원 공로상(1960).

    학술원 임명회원(1960). 전북대학교에서 명예문학박사(1961). 문화포장 받음(1962).


    저서: 가람 시조집. 국문학 개론. 국문학 전서.

    주해서: 역대 시조선. 한중록. 요로원야화. 의유당일기. 인현왕후전. 어우야담. 근조 내간선. 국어 문학 명저. 가람 문선 외.






    저무는 가을



    들마다 늦은 가을 찬바람이 움직이네

    벼이삭 수수이삭 으슬으슬 속살이고

    밭머리 해 그림자도 바쁜 듯이 가누나


    무 배추 밭머리에 바구니 던져 두고

    젖먹는 어린아이 안고 앉은 어미 마음

    늦가을 저문 날에도 바쁜 줄을 모르네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

    서산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 달이 별과 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 또한 어느 게요

    잠자코 홀로 서서 별을 헤어보노라




    매화2


    더딘 이 가을도 어느덧 다 지나고

    울 밑에 시든 국화 캐어 다시 옮겨 두고

    호올로 술을 대하다 두루 생각나외다.


    뜨다 지는 달이 숲 속에 어른거리고

    가는 별똥이 번개처럼 빗날리고

    두어 집 외딴 마을에 밤은 고요하외다.


    자주 된서리 치고 찬바람 닥쳐 오고

    여윈 귀뚜리 점점 소리도 얼고

    더져 둔 매화(梅花) 한 등걸 저나 봄을 아외다.





    아들 생각고


     

    벌써 돌이 되어도 돌아를 아니온다

    말자말자 하여도 생각이 절로 난다

    성한 듯 썩는 안이야 누가 알아보리오

     

    밤중에 일어 앉아 이렇게도 생각난다

    과연 죽었는가 죽어 다시 살아올까

    그래도 바라는 마음 바늘귀처럼 트인다






     

    귀히 자란 몸에 정주도 모르다가

    이집 들어오면 물 긷고 방아 찧고

    잔시늉 안한 일 없이 가는 뼈도 굵었다

     

    맑은 나의 살림 다만 믿는 그의 한 몸

    몹시 심약하고 병도 또한 잦건마는

    그래도 성한 양으로 참고 그저 바꿔라

     

    나이 더하더라도 마음이야 다르든가

    백년 동안에 만나던 그날 같고

    마주 푼 귀녕머리는 나보다도 검어라

     

    이미 맺은 인연 그대는 이고 이어

    다시 태어나되 서로 바뀌어도

    이생의 못 다한 정을 저승에서 받으리




    매화

     

    외로 더져 두어 미미히 숨을 지고

    따뜻한 봄날 돌아오기 기다리고

    음음한 눈얼음 속에 잠을 자던 그 매화(梅花)

     

    손에 이아치고 바람으로 시달리다

    곱고 급한 그 성결 그 애를 못 삭이고

    맺었던 봉오리 하나 피도 못한 그 매화(梅花)

     

    다가오는 추위 천지를 다 얼려도

    찾아드는 볕은 방으로 하나 차다

    어느 뉘(世) 다시 보오리 자취 잃은 그 매화(梅花)





    나의 무릎을 베고 마지막 누우시던 날

    쓰린 괴로움을 말로 차마 못하시고

    매었던 옷고름 풀고 가슴 내어 뵈더이다.


    까만 젖꼭지는 옛날과 같으오이다.

    나와 나의 동기 어리던 8 9 남매

    따뜻한 품안에 안겨 이 젖 물고 크더이다.




    냉이꽃


    밤이면 그 밤마다 잠은 자야 하겠고

    낮이면 세 때 밥은 먹어야 하겠고

    그리고 또한 때로는 시도 읊고 싶고나.


    지난 봄 진달래와 올 봄에 피는 진달래가

    지난 여름 꾀꼬리와 올 여름에 우는 꾀꼬리가

    그 얼마 다를까마는 새롭다고 않는가.


    태양이 그대로라면 지구는 어떨 건가

    수소탄 원자탄은 아무리 만든다더라도

    냉이꽃 한 잎에겐들 그 목숨을 뉘 넣을까.




    古書(고서)


    던져 놓인 대로 고서(古書)는 산란(散亂)하다

    해마다 피어오던 매화(梅花)도 없는 겨울

    한 종일(終日) 글을 씹어도 배는 아니 부르다


    좀먹다 썩어지다 하찮이 남은 그것

    푸르고 누르고 천년(千年)이 하루 같고

    검다가 도로 흰 먹이 이는 향은 새롭다


    홀로 밤을 지켜 바라던 꿈도 잊고

    그윽한 이 우주(宇宙)를 가만히 엿을 보다

    빛나는 별을 더불어 가슴속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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