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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침묵 - 최남순(크리스티나 수녀)일상생활속에서/작품속으로 2021. 9. 5. 04:11
고통의 침묵
모든 식물들과 꽃들은
살아 있다.
살아 있어도 말이 없다.
꽃꽂이를 하려면
꽃가지를 사정없이 척결해 내야
훌륭하고 새로운 창조 작품을
만들 수 있는데
꽃과 소재로 딸려 온 나뭇가지들이
아플 것을 생각하고
나는 항상 마음의 아픔이 앞서
사정없이 척결해 낼 수 없으니
도저히 꽃꽂이 작품을
만들 수가 없다.
한숨을 크게 쉬고 마음을 크게 열고
하느님 제단에 봉헌하는
예물로 위로삼고
꽃꽂이를 했다.
사정을 두고 자르다 보니
꽃꽂이가 항상 크고 엉성하다.
야무지고 조화롭지 못하다.
늘 마음에 안 들어도
꽃들의 마음을 헤어리며
늘 안쓰러운 마음
꽃과 나비들에게서
고통의 침묵을 배운다.
최남순(크리스티나 수녀)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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