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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두산공원 어귀의 시비(詩碑)로 만나는 아름다운 시(詩)
    국내 나들이/부산(釜山) 2010. 12. 11. 20:30

     용두산공원 어귀의 시비(詩碑)로 만나는 아름다운 시(詩)

     

    용두산공원(龍頭山公園)은  부산광역시 중구에 있는 공원으로 부산의 지방기념물 제25호에 속한다.

    용두산으로 불리는 언덕이 공원인데 대청동에서 중앙성당으로 오르는 길에는 시비(詩碑)가 줄지어 서 있다.

     

     

     

    촛불/ 원광

     

    춤추며 꿈꾸도다/ 기도하며 춤추도다/ 슬픔 뚝뚝 무너지는 영혼/

    춤추는 빛의 빈 터에/ 어둠을 채우도다 /침묵으로 말하는/저 빛의 어둠/ 어둠의 함성

     

     

    봄이 오면/ 박태문

     

    바람 불고 어둠이고 겨울이다/   바람 그리고 어둠 걷히면/ 봄이 오리라/ 봄이 오면 임이여,

    그대 눈물 글썽이리라./ 그대 글썽이는/ 눈물 그대로 세상을 보면/ 그대 눈물 그 만큼 세상은 밝아오고

    임이여, 그대 눈물 그 만큼/ 그 빛깔만큼/ 세상은 또 그만치 살고 싶어지리라/ 한결 더 살고 싶어지리라

     

     

    잊을래도/ 살매 김태홍

     

    잊을래도/ 잊을래도/ 간 바람처럼/ 잊어 버릴래도/ 별처럼 새삼 빛나는/ 아름다운 이름이여 -
    잊을래도 그리워/ 잊을래도 참아 그리워/ 엄마처럼 다정한/ 피묻은 이름이여 -

     

     

    세월 / 풍산 손중행

     

    산은 헐벗고 들은 여위고/  백성은 주리고/  까마귀떼 우짖어/ 피로 물든 황폐한 세월이여

    최후로 한 마디 노래할/ 자유까지 앗아 간다면/ 어찌할 수 없노라/ 나는 네 품에서 죽는 법을 배우리라

     

     

    에피소드/ 조향

     

    열오른 눈초리/  하찮은 입모습으로/  소년은 가만히 총을 겨누었다.
    소녀의 손바닥이/ 나비처럼 총 끝에/ 와서 사뿐 앉는다.
    이윽고 총 끝에선/ 파아란 연기가 물씬 올랐다.
    뚫린 손바닥의/ 구멍으로 소녀는/ 바다를 보았다.
     아아!  어쩜/ 바다가 이렇게/ 똥그랗니?
    놀란 갈매기들은/ 황토 산태바기에다/ 연달아 머릴 처박곤/ 하얗게 화석(化石)이/ 되어갔다.

     

     

    나는 곰이로소이다/  홍두표

     

    나는 곰이로소이다.미련히도 굼되고 못나디 못난 곰이로소이다.

    무료한 날 도토리를 줍고 어느 산기슭 덤불 속에서 뒹굴다가도 한낮이 겨우면 산가재를 잡기도 하고

    때로는 내발바닥을 핥기도 하는 지지리도 못난 곰이로소이다.

    그러나 한번도 단 한번도 남의 발바닥을 핥아본 일이 없는 나는 곰이로소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못나고 어리석은 곰이로소이다.

     

     

    원(願) / 장하보

     

    한 줄기 소나기처럼 그렇게 왔다가는 와락 달려드는 그리움의 한 나절을 어이해 품속에 붙글어 잠재울 수 있을까

    허공을 건너듯이 무한으로 가는듯이 그 조촐한 가슴으로 밋밋이 솟은 산정 어이해 그 속속들이 깃들어 잠들 수가 있을까

     

     

    외갓길 / 최계락


    복사꽃 발갛게 피고 있는 길파마라니 오랑캐가 피어 있는 길
    엄마한테 손목 잡혀 나서 첨으로 하늘하늘 아가의외갓집 가는 길은

    나비가 앞장 서는 붉은 언덕 길 바람이 앞장 서는 파아란 들길


     

     

    그리움/ 유치환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찍이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 아래

    거리언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 센 오늘은 더욱 너 그리워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디메 꽃같이 숨었느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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