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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능기부 작가의 인문학 작품(수원시)
    일상생활속에서/사람사는 현장 2014. 1. 9. 04:30

    재능기부 작가의 인문학 작품(수원시)

     

    수원시 관내 버스정류장이 시인과 시민이 정을 나누는 인문학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고은 등 시인과 수원문인협회 소속 회원들이 재능기부를 통해 창작한 시()

    글판으로 제작하여 수원시내 버스정류장 120곳에 설치했다.

    수원은 정조대왕의 실학정신, 개혁정신, 위민정신을 바탕으로 계획적으로 건설한 신도시이며

    인문학의 실증적 도시라는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어 인문학 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수원 사랑(정명희)

     

    수원에서는

    파리의 에펠탑까지 울려 나가는

    장엄한 종소리 듣고 싶다

     

    행궁을 지나 팔달산에 올라

    멀리 방화수류정 바라보며

    뎅그렁 뎅그렁 천년의 역사소리 듣고 싶다

     

    정조대왕의 행궁거리에 효심을 새기고

    만석공원 어느 곳에선가 생성된 부자이야기

    우리 집 이야기인양 상상도 해 보며

    하나 둘 태어나는 볼 붉은 아이들

    그 해맑은 웃음소리로 아침을 시작하고 싶다

     

    깊이 묻어두었던 우리네 삶의 애환

    혼불로 피워내 하나 뿐인 독창적 예술로

    거리마다 피워내고 싶다

     

    수원을 수원이라 말하지 않고

    온 세상의 수원이라 이름 불리는

    아주 아주 소박한 꿈 주문하고 싶다

     

     


    행복한 고장, 수원(전영택)

     

    태조 왕건 얼 숨은 광교산 웅자와

    팔달산에 담긴 태조 이성계의 깊은 뜻

    정조인군 효성 한 팔에 안은 수원화성

    수원은 고래로 왕기서린 도성이라오

     

    팔달청람 소나무의 기백 닮은 당당함과

    화산두견 진달래로 봄을 여는 활기참

    때맞춰 찾아드는 여기산 백로의 고결한 자태,

    이 셋은 수원도성 사람됨의 자존심이랍니다.

     

    옛 것과 지금이 조화롭게 만나 편안하고

    깍쟁이라는 별명에 오히려 자부심을 느끼고

    골목이던 저자이던 너른 거리 어디에서도

    수원은 늘 행복한 고장이라오.

     

     


    , 광교산(임병호)

     

    광교산 계곡 숲길 걸으면 들린다, 꿈결처럼

    바위들 숨소리, 시루봉 내려오는 바람소리

    나무들이 가슴 열고 합창하는 봄맞이 노래

     

    상광교 하광교 예서제서 손짓하는 새순이여

    하도 반가워 눈길을 한 곳에 멈출 수 없구나

    문암골 언덕에 꽃인 듯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무심천 따라 흐르는 따스한 햇살이 눈부신데

    새처럼 푸르게 날아오르는 저 아늑한 그리움

    바야흐로  펼쳐지는 수원의 신록이 눈물겹다

     

     


    내 고장 가꾸기(유선)

     

    고향이 다로 있나 내 살면 고향이지

    깃든 땅 쓸고 닦고 아끼고 사랑하자

    여기가

    요람인 것을

    그냥 둘 수 있을까.

     

    첫 마음 잃지 말고 나 여기 살으리라

    또 참고 지키면서 아름답게 꾸미리라

    날마다

    가꿔 보리라

    이 몸 다할 때까지

     

     


    아름다운 독(정수자)

     

    봄 감자 씨눈에는 독이 서려 있다고

    칼을 들고 보면 눈이 아연 시리다

    돌잡이 배냇니처럼 반짝이는 어린 눈!

    고물고물 실눈 뜨는 연둣빛 옹알이들

    막장 같은 삼동을 몸에 곰곰 새기면

    저리도 눈부신 봄을 처음이듯 낳는 것

    기꺼이 문드러질 씨감자의 길이지만

    독으로 저를 지켜 약이 되는 풀처럼

    독 품은 사랑이 있어 해마다 꽃이 핀다

     

     


    사람의 꽃(진순분)

     

    광교산 오솔길에서 가끔씩 만나는 얼굴

    뇌졸중 젊은 아내를 부축하며 걷는 남편

    명치 끝 애이불비(哀而不悲)는 먼 산으로 비껴놓고

    순례를 하듯 주춤주춤 가는 길 느리지만

    따뜻한 차 한 잔 먹여주며 미소 지을 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활짝 피는 사람의 꽃

    당도할 산봉우리는 아직 멀고도 험한데

    사랑은 주고 또 주어도 모자라서 안타까운

    저 마음 웅숭깊은 곳 숭고한 꽃 피운다.

     

     


    콩나물 국(은결)

     

    발이 젖어

    어둡고 눅눅한 생이었다

    어둠이 깊을수록

    실뿌리들의 꼿꼿한 힘으로

    여린 가슴 서로 당겨 안은

     

    비릿한 맛이

    노오랗게 어지럽던 하늘 적시고

    마음도 버리고 뼈도 버리고

    전 생애 뜨겁게 달아올라

     

    맺힌 멍울, 올올이 풀어지는

    새벽빛, 맑은 영혼

    저 한 사발의 깊이

     

     


    광교호반을 걸으며(밝덩쿨)

     

    그리움이 가득한 날

    나는 산길을 걷네

    광교호수 푸른 물에

    천둥오리 천천둥둥

     

    금붕어

    떼 지어 빼끔빼끔

    하늘만을 마시네

     

    저어기

    울긋불긋 옷단장하고

    걷는 사람도

    얼마를 걸었는가

    그리움이 보이는지

     

    의자에

    흔들 앉아서는

    먼 그네를 타고 가네

     

     


    생각하는 사람들(김훈동)

     

    오늘은 하늘의 선물

    내 인생을 두드렸다

    리듬을 조율하며 살아가는 일상

    가슴 졸이며 헤쳐 온

    어제는 외로운 등짐장수처럼

    삐걱이는 몸짓으로 하루를 살았다.

     

    새로 도드라지는 오늘이 있어

    삶의 은유가 얼마나 큰지 알 것 같다

    평범한 오늘이 모여 만든

    삶이 얼마나 위대한지 깨달을 것 같다.

     

    조곤조곤 누군가에게

    들려줄 꿈이 있어

    내일은 함박웃음 터뜨려야지

    오늘도 내 마음 창가에

    아침 햇살이 비친다.

     

     


    마음 따라 걷는 길(한상담)

     

    아무렴 어떠냐

     

    존재며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잡초들 우거지고

    그만그만한 영혼들 더불어

    꽃 피고, 지는

    숲길

     

    가진 것이 없으면 어떠냐

     

    비인 것이 없으면 어떠냐

     

    비인 가슴으로

    어우러져 함게 할 수 있음이

    오오! 행복해라

     

    마음 따라 걷는 길

     

     


    정조대왕(박병두)

     

    세상에서 작명당한 것들

    세상 아닌 이곳으로

    사람들 사이에 눈물이 난다

     

    가난이란 이름으로 세월을 보내는 촌로들

    뒤주에 갇힌 사도세자 영혼가를 부르는가

    형님의 안부처럼 궁금한

    여기는 수원화성

    삼정문란과 세도정치의 뼈아픈

    흐느낌소리 

     

    바람의 칼이거나 칼의 바람이거나

    국방의 도시, 개혁의 도시, 이상의 꿈

    사악, 고양이의 발톱처럼 지나갔다는 소식

    아직은 없다

     

    아침저녁으로 혜경궁 홍씨 문안올리고나면

    효심의 눈물을

    세월과 함께 흘려보냈다

     

    가슴으로 햇살을 받으며

    위민정책으로 펼친팔달산! 산하(山河)

    착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도시를  꿈꾸었다.

     

     


    세상의 말(고은)

     

    바람이 말할 때

    그이의 머리칼은 날리고 치맛자락은 펄럭인다

    바람이 말하지 않을 때

    그이의 마을 깃발은 펄럭이지 않는다.

     

    하늘이 말할 때

    그이의 옷은 다 젖는다

    그이의 지분이 다 젖고

    낙숫물이 분주히 떨어진다

     

    꽃이 말할 때

    그이의 얼굴이 환희 웃는다

     

    바다 건너 동쪽 땅 어디

    온 세상은 파도가 된다 파도소리가 된다

     

     


    만석(萬石)공원에 가면 (안희두)

     

    만석공원에 가면 부자가 된다

    부자도 왕부자다

    해마다 만석을 거두는 만석지기

    아니다,

    만석공원에 갈 때마다

    만 섬의 즐거움에 감사하는 부자

    만 섬을 다 베푸는 부자가 되고 싶다

     

     


    희망이라는 꽃나무(신영진)

     

    산다는 것은

    가슴속에 꽃나무 한 그루를 키우는 것이다.

     

    늘 마음으로야

    보석보다 아름다운 개화를 꿈구지만

     

    그의 계절에도 찬바람은 몰아치고

    필연처럼 폭우조차 비겨가질 않는다.

     

    나무가 봅혀 나갈 대마다 앓는 속병에

    죽어간 나무를 따라가는 자 조차 있지만

     

    사람들은 또 한그루 나무를 심고

     

    속앓이로 다져진 인내만큼

    튼실해진 나무를 바라보며 오늘도 꿈을 꾼다

    찬란한 내일을,

     


    여보세요 바닷가재씨(권성훈)

     

    스카이라운지 레스토랑 수족관

    수족이 묶인 그녀는

    두 눈으로 안테나를 높이 세우고

    심해와 교신을 시도하고 있네

     

    수신탑이 보이는 창가에 앉아

    오랜만에 통화하는 고향의 대화

    그녀의 전파 장애 탓인지

    갑자기 들렸다, 끊어졌어

     

    집으로 돌아가는 밤이 보이지 않았네

     

    철석, 철석 수심 가득 찬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하는 벨소리

    그쪽 수족관은 잘 터져요?

     

    지중해에서 연마된 바다의 수갑이 푸르게 조여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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