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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꽃지 할미 할아비 바위국내 나들이/바다(海)로 2014. 4. 4. 04:47
안면도꽃지 할미 할아비 바위
지금으로부터 약 1,200년 전인 신라의 흥덕왕(興德王; 재위 826~836) 때였다.
당시 바다를 주름 잡고 있던 장보고(張保皐; ?~846)는 청해진(靑海鎭; 지금의 전라남도 완도)에 거점을 정하고
해상 활동을 펴나가는 동시에 서해안의 견승포(지금의 안면도)에도 해상 전진기지를 두었던 것이다.
안면도에 전진기지를 설치한 장보고(張保皐)는 이 기지를 관할하는 책임자로
승언(承彦)이라는 사람을 두어 다스리도록 하였다.
승언은 아름답고 환경이 좋은 견승포에 부임하게 된 것을 무척 기뻐하였다.
즉 갈매기떼 날아드는 푸른 바다와 하늘을 찌를 듯한 울창한 산림,
그리고 바닷가에 깔려있는 흰모래 등 그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었다.
승언은 시간이 허용되는 때면 언제나 아름다운 바닷가를 아내인 미도와 함께 산책하곤 하였다.
이렇게 부부가 산책할 때마다 부부의 정은 깊어갔고, 따라서 마냥 즐겁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승언은 아내를 무척 사랑하였다. 철저한 애처가였던 것이다.
또한 승언은 이따금 쉬는 시간을 활용하여 부하들이 바다에서
맛있는 고기라도 잡아오면 꼭 아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럴 때면 승언은 일찍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함께 생선을 요리하여 맛있게 먹곤 하였다.
이렇게 사랑을 아끼지 않는 남편을 미도는 무척 기쁘고 흐뭇해하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승언은 무슨 일이든지 아내를 먼저 생각했고 아내를 위해서라면 기필코 해내고야마는 성격을 지녔다.
이같이 승언은 미도를 사랑하였고, 미도 또한 남편을 매우 믿음직스럽게 여겼다.
승언은 가정에 충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라 일에 조금도 소홀하지 않는 모범적인 충신이었다.
항상 나라 일에 몰두해서인지 그가 관할하는 견승포에는 아무런 사고도 없이 잘 다스려지고 있었다.
승언은 아내를 극진히 사랑하고 있는 만큼 부하들도 역시 사랑으로 다스리며 점검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렇게 견승포를 다스리고 있던 어느 날, 멀리 청해진으로부터 전갈이 왔다.
그 내용은 “승언은 군사들을 이끌고 북쪽으로 진군하라.”는 명령이었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와 떨어진다는 게 한없이 안타까웠지만 상사의 명령을 어길 수는 없었다.
승언은 즉시 출정 준비를 서둘렀다. 평소에 훈련이 잘 된 군사들은 매우 사기가 충천해 있었다.
그는 아내에게 “곧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견승포에 주둔했던 군선(軍船)을 이끌고 북쪽으로 떠났다.
이때 미도는 바닷가에 나와 멀리 출정하는 남편과 군선을 지켜보고 있었다.
남편은 늠름한 모습으로 갑판 위에 올라 아내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를 지켜보고 서있는 아내는 이 날 따라 남편이 몹시 미덥게 여겨졌다.
군선은 포구를 뒤에 두고 점점 희미하게 사라져가고 있었다.
아내 미도는 높은 바위에 올라가 가물가물 시야에서 사라져가는 군선을 지켜보다 집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집에 돌아온 미도에게 일찍이 느껴보지 못했던 쓸쓸함이 휩쓸어 왔다.
별로 하는 일도 없는 미도는 기껏해야 앞뜰을 서성거리다가 방에 들어와서 공상에 잠기는 것이 하루의 일과였다.
남편의 건강은 어떠한지 내일은 돌아오겠지 하는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 속이 꽉 차 있었다.
이렇게 매일 같이 밤낮으로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미도의 심정은 초조해 질 수 밖에 없었다.
집안을 깨끗이 청소한 다음 새 옷으로 갈아입고 남편을 오늘 내일 하면서 기다린 것이 벌써 수일이 지났던 것이다.
그러나 남편은 오늘도 돌아오지 않았다. 이렇게 초조하게 매일같이 기다리던 미도의 마음이 점차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가만히 집안에서만 앉아서 기다릴 수 없었던 미도는 쏜살같이 바닷가로 뛰어 나갔다.
지난날 남편이 출정(出征)할 때 그 모습을 지켜보던 견승포의 높은 바위에 올라가
사랑하는 부군(夫君)이 돌아오는 군선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따금 한두 척의 어선만이 지나가고 무심한 갈매기만이 날아들 뿐 끝내 군선은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속 태우며 초조하게 남편을 기다린 지도 벌써 2년여가 지나가고 말았다.
수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남편은 틀림없이 돌아 올 것이라 믿고
한결같이 바위 위에서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며 하루해를 보내는 것이었다.
그녀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추우나 더우나 날씨에 아랑곳없이
한평생을 남편이 돌아오는 군선을 기다리다 마침내 이 바위에서 죽고 말았다.
그 뒤 이 바위는 미도가 남편을 기다리며 멀리 바라보고 서 있는 그 모습 그대로 변했다.
그러니까 망부석(望夫石)이 된 것이다. 그래서 후세 사람들은 이 바위를 ‘할미바위’라 부르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이 할미바위는 변함없이 서 있고 이 유래를 아는 사람들은
이곳을 지날 때마다 발길을 멈추고 이 바위에 얽힌 전설을 회상하곤 한다.
그리고 지금의 안면읍에 있는 ‘승언리’라는 명칭도 지난날 승언이라는 사람이
이곳에서 살았었기 때문에 그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안면도꽃지 할미 할아비 바위는 2009년 12월 9일 국가지정 명승 제69호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 충남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 산 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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