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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향수(鄕愁) - 정지용(鄭芝溶)
    국내 나들이/기념관(記念館) 2021. 10. 17. 19:14

    향수(鄕愁) - 정지용(鄭芝溶, 1903~1950)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 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傳說)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안해(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 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이 시(詩)는 가난하지만 평화로웠던 고향의 모습을 회상하며

    고향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노래한 작품이다.

    각 연은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묘사한 고향의 정경을

    유기적 관련성 없이 병렬적으로 전개하고 있으며,

    후렴구는 회상 속에 떠오른 고향의 정경에 대한 화자의 정서를 집약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1~2연에서는 넓은 고향 들판의 밝고 한가로운 정경에서부터

    깊어 가는 겨울밤의 정경과 늙은 아버지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이 나타난다.

    이어 3연에서는 동심과 꿈이 가득했던 어린 시절 고향의 모습을 회상한다.

    4연에서 화자가 회상하는 구김살 없는 어린 누이와 덤덤하게 살아가는 순박한 아내의 모습은

    당시의 우리 농촌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화자에게는 따가운 햇살 아래서 아내가 곡식 찌꺼기를 주워야 했던 가난한 생활이었건만

    그조차 그리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5연에서는 하늘에 있는 별, 까마귀가 울고 지나가는 지붕과

    도란도란 구수한 이야기를 나누던 장면에서 가정의 단란함을 떠올릴 수 있다.

    특히 ‘해설피’, ‘함추름’과 같이 참신하고 세련된 인상을 주는 시어와

    ‘실개천’, ‘얼룩백이 황소’, ‘질화로’, ‘짚 베개’와 같은 토속적 정감을 주는 시어들을 통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형상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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