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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순교자 보고서
    국내 나들이/천주교(天主敎) 2021. 10. 26. 21:21

    성 김대건 안드레아

     

     

     

    교우들 보아라.

     

    우리 벗아! 생각하고 생각할지어다.

    천주 무시지시(無始之時)로부터 천지 만물을 배설(配設) 하시고,

    그중에 우리 사람을 당신 모상과 같이 내어 세상에 두신 위자(慰藉)와 그 뜻을 생각할지어다.

    온갖 세상일을 가만히 생각하면 가련하고 슬픈 일이 많다.

    이 같은 험하고 가련한 세상에 한번 나서 우리를 내신 임자를

    아지 못하면 난 보람이 없고, 있어 쓸데없고,

    비록 주은(主恩)으로 세상에 나고 주은(主恩)으로 영세(領洗) 입교하여 주의 제자 되니,

    이름이 또한 귀하거니와 실(實)이 없으면 이름이 무엇에 쓰며,

    세상에 나 입교한 효험(效驗)이 없을 뿐 아니라, 도리어 배주 배은(背主背恩) 하니,

    주의 은혜만 입고 주께 득죄(得罪)하면 아니 남만 어찌 같으리오.

     

    씨를 심는 농부를 보건대, 때를 맞추어 밭을 갈고,

    거름을 넣고 더위에 신고를 돌아보지 아니하고

    아름다운 씨를 가꾸어, 밭 거둘 때에 이르러 곡식이 잘되고 영글면,

    마음에 땀 낸 수고를 잊고 오히려 즐기며 춤추며 흠복(欽服)할 것이요,

    곡식이 영글지 아니하고 밭 거둘 때에 빈 대와 껍질만 있으면

    주인이 땀낸 수고를 생각하고 오히려 그 밭에 거름 내고 들인 공부로써

    그 밭을 박대(薄待)하나니,

    이같이 주 땅을 밭을 삼으시고 우리 사람으로 벼를 삼아,

    은총으로 거름을 삼으시고 강생 구속하여 피로 우리를 물 주사,

    자라고 영글도록 하여 계시니, 심판 날 거두기에 이르러

    은혜를 받아 영근자 되었으면 주의 의자로 천국을 누릴 것이오.

    만일 영글지 못하였으면 주의 의자로서 원수가 되어

    영원히 마땅한 벌을 받으리라.

    우리 사랑하온 제형들아, 알지어다. 우리 주 예수 세상에 내려,

    친히 무수한 고난을 받으시고 괴로운 대로조차 성교회를 세우시고

    고난 중에 자라게 하신지라. 그러나 세상 풍속이 아무리 치고 싸우나

    능히 이기지 못할지니, 예수 승천 후 종도(宗徒) 때부터

    지금까지 이르러 성교 두루 무수 간난 중에 자라니,

    이제 우리 조선에 성교 들어온 지 오육십 년에 여러 번 군난으로

    교우들이 이제까지 이르고 또 오늘날 군난이 치성하여

    여러 교우와 나까지 잡히고 아울러 너희들까지 환난 중을 당하니,

    우리 한 몸이 되어 애통 지심이 없으며,

    육정에 차마 이별하기 어려움이 없으랴.

    그러나 성경에 말씀하시되, 작은 털끝이라도

    주 돌아보신다 하고 모르심이 없어 돌보신다. 하셨으니,

    어찌 이렇다 할 군난이 주명 아니면 주상 주벌 아니랴.

    주의 성의를 따라오며, 온갖 마음으로 천주 예수의 대장의 편을 들어,

    이미 항복받은 세속 마귀를 칠지어다.

    이런 황황 시절을 당하여, 마음을 늦추지 말고 도리어 힘을 다하고 역량을 더하여,

    마치 용맹한 군사가 병기를 갖추고 전장에 있음 같이하여 싸워 이길지어다.

    부디 서로 우애를 잊지 말고 돕고 아울러 주 우리를 불쌍히 여기사

    환난을 앗기까지 기다리라. 혹 무슨 일이 있을지라도, 부디 삼가고

    극진히 조심하야 위주 광영 하고 조심을 배로 더하고 더하여라.

    여기 있는 자 이십 인은 아직 주은으로 잘 지내니 설혹 죽은 후라도

    너희가 그 사람들의 가족들을 부디 잊지를 말라.

    할 말이 무궁한들 어찌 지필로 다하리, 그친다.

     

    우리는 미구(未久)에 전장에 나아갈 터이니 부디 착실히 닦아,

    천국에 가 만나자. 마음으로 사랑하여 잊지 못하는 신자들에게,

    너희 이런 난시(亂時)를 당하야 부디

    마음을 허실이 먹지 말고 주야로 주은(主恩)을 빌어,

    삼구(三仇)를 대적하고 군난(窘難)을 참아 받아,

    위주 광영(爲主光榮)하고 여등(汝等)의 영혼 대사(靈魂大事)를 경영(經營)하라.

    이런 군난 때는 주의 시험을 받아, 세속과 마귀를 쳐 덕공을 크게 세울 때니,

    부디 환난에 눌려 항복하는 마음으로 사주 구령사에 물러나지 말고

    오히려 지나간 성인 성녀의 자취를 만만 수치하여,

    성교회 영광을 더으고 천주의 착실한 군사와 의자 됨을 증거하고

    비록 너희 몸은 여럿이나, 마음으로는 한 사람이 되어,

    사랑을 잊지 말고 서로 참아 돌보고 불쌍히 여기며,

    주의 긍련하실 때를 기다리라.

    할 말이 무수하되, 거처가 타당치 못하야 못한다.

    모든 신자들은 천국에 만나 영원히 누리기를 간절히 바란다.

    내 입으로 너희 입에 대여 사랑을 친구 하노라.

    부감 김 안드레아

     

    <추신>

    세상 온갖 일이 막비주명이오, 막비주상주벌이라.

    고로 이런 군난도 역시 천주의 허락하신 바니

    너희 감수 인내하여 위주하고 오직 주께 슬피 빌어

    빨리 평안함을 주시기를 기다리라.

     

    내 죽는 것이 너희 육정(肉情)과 영혼 대사(大事)에 어찌 거리낌이 없으랴.

    그러나 천주 오래지 아니하여 너희에게 내게 비해 더 착실한

    목자(牧者)를 상(賞) 주실 것이니 부디 서러워 말고 큰 사랑을 이루어

    한 몸같이 주를 섬기다가 사후에 한 가지로 영원히 천주 대전에 만나

    길이 누리기를 천만 천만(千萬千萬) 바란다.

    잘 있거라.


    예수를 위하여 옥에 갇힌 조선의 사제 김대건 안드레아.

     

     

     

    조선 순교자 보고서

     

    라틴어로 작성된 조선 순교자 보고서는 김대건 신부가 1845년 서울에 입국했을 때

    현석문 가롤로와 이재의 토마스 등이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그해 3월부터 중국으로 떠난 4월 30일까지 작성하였던 것으로

    열여섯 번째 서한에 동봉하여 리브와 신부님께 보낸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첫 번째 부분은 "조선 순교자에 대한 보고서"로서 조선교회 창립에 관한 개요와

    1839년 기해박해의 진상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고,

    두 번째 부분은 기해박해 때 순교한 3분의 사제와

    서울에서 순교한 30분의 신자에 대해서 밝히고 있다.

    순교자 보고서에서는 사제 3분, 남자 10분, 여자 20분을 기록하고 있다.

    33분의 순교자들의 전기에 대해 기록한 조선 순교자 보고서는

    기해박해 순교자들에 관한 최초의 정리, 기록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충청남도 당진시 우강면 솔뫼로 132 (송산리) 솔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기념관

     

     

     

    솔뫼 김대건 신부 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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