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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담사(百潭寺)에 흔적을 남긴 시비(詩碑)
    국내 나들이/사찰(寺刹), 불교(佛敎) 2008. 10. 26. 05:27

    백담사(百潭寺)에 흔적을 남긴 시비(詩碑)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듯

    스님은 입적하여 부도를 남기고, 시인은 떠난 뒤 시비를 남긴다.

     

    김구용(金丘庸, 1922~2001)  시비

    동(冬)

    용(龍)트림진 고매(古梅) 등걸이 밤에 눈을 맞더니
    이끼를 툴툴 떨고 하늘로 날아올라
    먼 새벽의 향기인가, 꽃이 하마 피었네.

    김구용 선생은 어릴 때 금강산 마하연에서 한학을 수업하고 한때 계룡산 동학사 등

    여러 사찰을 돌아다니며 유불선의 경전들에 묻혀 지냈다.

    화엄의 도저한 사상과 선적 직관의 심미안을 통하여 시를 담아내

    동양적인 초현실주의의 새로운 시적 세계를 개척하였다.

    또한 서도에도 조예가 깊어 일가를 이루었다.

     

    오세영(吳世榮, 1942.5.2 - ) 시비

     

    강물

            오 세 영

     

    무작정

    앞만 보고 가지 마라.

    절벽에 막힌 강물은

    뒤로 돌아 전진한다.

     

    조급히

    서두르지 마라.

    폭포 속의 격류도

    소(沼)에선 쉴 줄을 안다

     

    무심한 강물이 영원에 이른다.

    텅 빈 마음이 충만에 이른다.

     

     

    오세영은 동양정신의 깊은 경지를 시에 잘 담아내고 있다.

    그는 백담사를 자주 찾아 그의 시의 세계를 다듬고 있다.

     

    이성선(1941~   ) 시비

     

    나 없는 세상

     

    나 죽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해도
    저 물 속에는
    산 그림자가 여전히 혼자 뜰 것이다.


     

    이성선은 설악산 기슭 가까운 강원도 고성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설악산과 더불어 함께 생활하며 시를 썼다.

     그가 떠난 뒤 백담사에 그의 혼을 기려 시비를 세웠다.

    살다 또 지쳐 순수함이 그리워지면 백담계곡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맑은 물가에 앉아 물 속을 들여다볼 것이다.

     

    고은(1933~     ) 시비

     

    그 꽃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은 일찌기 6.25 전쟁의 참혹한 민족상잔의 비극을 겪으며

    정신적으로 방황하다 불교에 귀의 하여 출가하였다.

    그러나 다시 세상에 환속하여 민족과 민중의 정서를 시에 잘 담아내고 있다.

     

     

    허응당 보우스님(1515~1565) 시비

     

    한적한 곳 

                     - 허응당 보우-

     

    암자는 겹겹 구름 속

    본디 사립문도 없다네.

    늦 푸른 삼나무와

    저녁 햇살 어린 국화라네.

    서리 맞은 열매 떨어지고

    스님은 여름 지난 옷을 꿰메나니

    이 한적함이 내 옛 뜻이거늘

    돌아갈길 잊고 시 한편 읊네.

     

     

             조선의 승려. 조선 중기 선·교(敎) 양종을 부활시키고

    나라의 공인(認) 정찰()을 지정하게 하며

    과거에 승과(科)를 두게 하는 등 많은 활약을 하였다.

    억불정책(策)에 맞서 불교를 부흥시켜

    전성기를 누리게 하였으나 그의 죽음 직후 종전으로 돌아갔다.

               보우스님은 조선조의 숭유억불정책으로 불법이 꺼져가던 시대에

    서산, 사명 스님을 배출하여 불법의 중흥을 일으킬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한 선사이다.

    그가 일찌기 백담사에 들어와 수행하던 중에 문정황후의 초빙을 받고 여러번 사양하였으나

    너무나 간곡한 청에 의해 수행을 접고 하산시를 읊은 후 상경하여 불교의 중흥의 초석을 놓았다.

     

    매월당 김시습(1435~1493)의 시비

     

    저물 무렵 // 매월당.김시습


     

    천 봉우리 만 골짜기 그 너머로
    한 조각 구름 밑 새가 돌아 오누나
    올해는 이 절에서 지낸다지만
    다음해는 어느 산 향해 떠나갈꺼나
    바람 차니 솔 그림자 창에 어리고
    향 스러져 스님의 방 하도 고요해
    진작에 이 세상 다 끊어버리니
    내 발자취 물과 구름사이 남아 있으리

     

     조선조 500년을 통하여 가장 출중한 문재를 자랑하는 김시습은

    세조의 찬위에 반대하여 생육신으로 세상을 등지고 산천을 돌며 외로운 삶을 살다 갔다.

    그가 일찌기 출가하여 스님이 된 곳이 바로 내설악 오세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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