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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잣나무(Korean Pine)
    자연과 함께/나무(木) 2016. 5. 31. 22:18

    잣나무(Korean Pine)


    조선 중기 문신인 유몽인의 설화집 “어우야담(於于野譚)”에는 이런 내용이 실려 있다.

    성균관에서 선비들이 시험을 보고 있었는데,

    세종의 꿈에 용 한 마리가 나타나 성균관 서쪽 뜰에 서 있는 잣나무 고목에 구불구불 서려 있었다.

    꿈에서 깬 세종은 이를 이상히 여겨 사람을 시켜 몰래 가보게 하였더니,

    한 선비가 잣나무 아래에서 전대를 베고 발을 나무에 올린 채 자고 있었다.

    이 시험에서 장원을 한 선비가 최항(崔恒)이었는데, 세종이 꿈에 본 바로 그 선비였다.

    이후 이 잣나무에게 ‘장원백(壯元栢)’이란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중종 21년(1527)에 벼락을 맞고 죽어버려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

    임금의 꿈에 나타날 만큼 큰 잣나무는 귀중하게 생각한 것 같다.


    잣나무는 커다란 솔방울 하나에 많을 때는 200개나 되는 씨앗을 품고 있다.

    딱딱한 씨앗 껍질을 깨면 안에는 노르스름한 배젖(胚乳)이 들어 있다.

    여기에는 지방유(脂肪油)와 단백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고소하고 향기가 좋다.

    게다가 자양강장 효과뿐만 아니라 약용으로 쓰이기까지 하니 귀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다.

    잣나무의 배젖은 잣이라 하며, 해송자(海松子), 백자(柏子), 송자(松子)라고도 한다.

    중국 사람들도 잣을 좋아하여 당나라 때는 “신라 사신들은 올 때마다

    잣을 많이 가지고 와서 선물했다”라는 기록이 지봉유설 등의 옛 문헌에 나와 있다.

    동의보감에는 “산후통과 뼈마디가 아픈 것, 어지럼증 등을 치료하며 피부를 윤기 나게 하고 오장을 좋게 한다.

    허약하고 여위어 기운이 없는 것을 보한다”라고 했다.

    잣나무는 우리나라가 고향인 진짜 우리 나무다.

    제주도와 남해안의 섬 지방 및 울릉도를 제외한 한반도에서 주로 자라며 북으로는 만주, 우수리지방까지 걸쳐 있다.

    집단으로 잘 자라는 곳은 중부 이북의 추운 지방이다.

    잣나무는 곧게 자라고 가지가 돌려나기로 고루 뻗어 긴 삼각형의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

    또한 늘푸른나무이면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어서

    옛사람들은 소나무와 함께 임금을 향한 충성과 절개의 상징을 송백(松柏)에 비유했다.

    송백은 글자 그대로 소나무와 잣나무를 가리킬 뿐만 아니라,

    소나무와 측백나무, 푸른 잎을 매단 채 겨울을 넘기는 바늘잎나무를 통틀어 말할 때도 쓰이는 말이다.

     

    홍송(紅松)으로도 불리는 잣나무 목재는 관재로 쓰였다.

    삼국 초기의 경북 경산 임당동 고분에서 나온 목관은 잣나무였다.

    그 외에 조선시대 기록 등에 잣나무 관재를 선호한 예가 여럿 있다.

    또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건물, 조선조에 축조된 여러 사찰 건물의 기둥도 잣나무가 섞여 있다.

    약간 붉은 기가 도는 잣나무 목재는 소나무와 함께 널리 쓰였으며, 지금도 인삼상자 등 각종 고급포장재 등에 이용된다.

    잣나무는 이렇게 쓰임이 많다 보니 아주 옛날부터 잣나무를 심고 가꾸었다.

    경덕왕 14년(755)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신라민정문서》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사람이 심은 인공조림(人工造林) 잣나무에 관련된 내용이 실려 있다.

    오늘날의 충청도 청주지방으로 추정되는 마을의 실태를 상세히 기록한 문서로서 세금부과를 위한 목적이었다고 한다.

     

    잣나무는 키 20~30미터, 줄기둘레가 한두 아름 정도로 자랄 수 있는 나무다.

    나무껍질은 흑갈색이고 세로로 큰 비늘이 붙어 있어서 거북등처럼 갈라지는 소나무와는 다르다.

    잎은 다섯 개씩 모여 나고 손가락 길이보다 조금 길며, 양면에 하얀 숨구멍이 5~6줄 있다.

    멀리서도 잎이 희끗희끗하여 숲의 푸름 속에서도 금방 눈에 들어온다.

    잣나무와 비슷하나 잎과 열매가 잣나무보다 짧고 울릉도에서만 분포하는 섬잣나무,

    미국에서 1920년경에 수입하여 정원수나 목재생산을 목적으로 심고 있는 스트로브잣나무는 잣나무와 가까운 사이다.

    그러나 잣은 오직 우리 잣나무에만 열린다.

     







    스트로브 잣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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