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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詩)와 돌탑(石塔)이 있는 탑골의 탑(塔) 이야기
    국내 나들이/탑(塔) 2017. 4. 5. 21:55

    시(詩)와 돌탑(石塔)이 있는 탑골의 탑() 이야기

     

     

     

     

     

     

     

     

     

     

     

     

    리필(이상국)

     

    나는 나의 생을

    아름다운 하루하루를

    두루마리 휴지처럼

    풀어 쓰고 버린다

    우주는 그걸 다시

    리필해서 보내는데

    그래서 해마다 봄은 새봄이고

    늘 새것 같은 사랑을 하고

    죽음마저 아직 첫물이니

    나는 나의 생을 부지런히

    어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절로(이상은)

     

    내 방에는 시계가 없소

    내 방에는 거울이 없소

    내 방에는 달력이 없소

     

    시계가 없어

    초조함을 모루오

    거울이 없어

    늙어 가는 줄 모루오

    달력이 없어

    세월 가는 줄 모루오

    아 아

    내 사 절로 절로

    살고 싶소

     

     

     

    분신(정차숙)

     

    스스로를 내비치고 싶지도 않다

    큰 소리로 웃거나 울지도 않으리라

    한낮엔

    수심 깊은 바다속 마음을 담고

    밤이면

    천상의 모든 것들을 넉넉히 품어

    생살위로 떨어지는 검은꽃잎

    화사한 아픔을

    오늘도 사랑하리

    끝도 없는

    저 생의 밑바닥 까지

     

     

     

    비유(比喩)에 바침(황인숙)

     

    나는 아직 무사히 쓸쓸하고

    내 쓸쓸함도 무사하다네

    하루가 얼마나 짤막한지

    알지 못했다면

    단 하룬들

    참지 못했으리

     

    배를 타려 하네

    깊은 독서 끝에

    처박혀지는

     

    나는 아직 무사히 쓸쓸하고

    왜냐하면 그저 그거인 나날

    그러나 비유는 다채롭기에

     

     

     

    왕벚꽃(임미옥)

     

    쌍계사 왕벚꽃 보러갔더니

    꽃은 너무 늦어 모두 떨어지고

    연분홍 뺨에

    하염없이 지던 눈물자국도

    메마른 빈 잔에

    녹차 향기만 쓸쓸하더라

    빈 가슴

    파랑새 부리 같은

    노래로 채우며 다시 또

    한 해를 보내야 하는

    삶이란 애오라지

    쓸쓸하더라

     

     

     

    민들레(이금숙)

     

    사뭇

    그리움이 무르익어 녹아 내리면

    노란 꽃이 되나 보다

     

    순례의 길을 가듯

    하얗게 날아와 뿌리내리고

    결빙의 아픔을 견디며

    기다리다 기다리다 맞이한 님 앞에

    무어라 인사할까 망설이다

    그만

    노랗게 웃어내는 민들레

     

    아마

    그리움이 무르익어 녹아 내리면

    노란 웃음이 되나 보다.

     

     

     

    시(詩)와 돌탑(石塔)이 있는 탑골의 탑() 이야기

     

    여귀산을 중심으로 죽림(竹林)쪽에 남신(男神), 탑입(塔立)쪽의 여신(女神)이 사이좋게 지냈는데,

    지배(支配)하기를 즐기는 남신(男神)이 여신(女神)을 지배하고자 일 년에 한 번씩 힘과 지혜를 겨루어

    지는 신이 이긴 신의 뜻에 따르기로 했으나 여신이 계속 이기자

    남신은 자신을 따르는 추종자로 하여금 여신의 탑을 파괴시켜 버렸는데,

    그 후 힘과 지혜를 쓰지 못한 여신은 남신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는 탑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이 자리에 정성으로 돌을 쌓아 돌탑을 세우는 것은 두 신의 화해로 고을 사람들의 안녕과 번영을 위함이다.

    여기 돌탑 언덕에 서면 먼 바다까지 한 눈에 들어오는 경치와 장관을 이루고

    접도와 구자도 사이에서 떠오르는 해돋이는 눈부시게 아름답다.

     

    전라남도 진도군 임회면 죽림리 탑골의 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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