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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님 봉헌 축일 - 축성 생활의 날 - 축성 생활의 날
    국내 나들이/천주교(天主敎) 2020. 2. 2. 04:30

    주님 봉헌 축일 - 축성 생활의 날


    교회는 성탄 다음 40일째 되는 날, 22일을 주님 성탄과 주님 공현을 마감하는 주님 봉헌 축일로 지낸다.

    이 축일은 성모님께서 모세의 율법대로 정결례를 치르시고 성전에서 아기 예수님을 하느님께 봉헌하신 것을 기념한다.

    예루살렘에서는 386년부터 이 축일을 지냈으며, 450년에는 초 봉헌 행렬이 여기에 덧붙여졌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이날을 ‘축성 생활의 날로 제정하여, 주님께 자신을 봉헌한 수도자들을 위한 날로 삼았다.

    이에 따라 교회는 해마다 맞이하는 이 축성 생활의 날에 수도 성소를 위하여 특별히 기도하고,

    축성 생활을 올바로 이해하도록 권고한다.

    한편 한국 교회는 ‘Vita Consecrata’축성 생활로 옮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봉헌 생활의 날축성 생활의 날로 바꾸었다

    (주교회의 상임위원회 2019122)

     




    주님 봉헌 축일


    피렌체 성 마르코 성당에는 도미니코 수도원을 그대로 보존한 박물관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복자 안젤리코의 유명한 작품 수태고지가 수도원 2층 입구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자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정면에 보이는 벽면에 아름답게 그려진 가브리엘 천사와 마리아의 만남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수도원 정원으로 찾아온 듯한 가브리엘 천사는 화려하고 반짝이는 날개를 펼쳐든 반면에

    마리아는 소박하고 여린 모습으로 두 손을 겹쳐 가슴 위로 다소곳이 모았습니다.

    이는 마리아가 하느님의 말씀에 라고 순명하는 영혼의 상태를 표현한 것입니다.

    마리아의 모습은 밝은 얼굴빛과 소박한 옷차림으로 그려졌습니다. 저는 이 그림에서 봉헌의 참된 아름다움을 만났습니다.

    도미니코 수도원 안에는 꽤 넓은 벽면이 많은데, 하필 계단을 올라 모든 수사들이 매번 통과해야 하는 곳에 이 그림이 놓였을까요?

    아마도 수도자 자신이 성모님처럼 주님의 말씀을 꼭 껴안고 한평생 봉헌의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을 매 순간 되새기려고 했던 의도일 것입니다.

    주님 봉헌 축일에 수도자의 성대서원 미사가 거행되는 점도 이와 같습니다.

    봉헌의 삶을 사는 수도자는 하느님의 뜻을 영적인 눈으로 알아보고 가슴으로 품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버려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봉헌의 결정체인 성모 마리아님께서 그렇게 사셨기 때문입니다.

    오늘 요셉과 마리아는 율법에 따라 첫 아들을 성전에 봉헌하고자 예루살렘으로 먼길을 떠납니다.

    그들의 품에는 이제 말씀이신 그리스도, 아기 예수가 담겨있습니다.

    그때 예루살렘 성전에서 만난 예언자 시메온은 상반된 두 가지 메시지를 전합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루카 2,30.),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루카 2.34-35)

    봉헌, 하느님의 말씀을 가슴에 품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봉헌이란 그 과정에서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나, 그 결과는 기쁨과 영광입니다.

    봉헌은 매 순간 좋든 나쁘든 다양한 형태로 다가오는 하느님의 제안, 그분의 뜻을 가슴으로 껴안는 것입니다.

    두손을 겹쳐서 곱게 껴안는 것입니다. 또한 여리고 소박하게 품는 것입니다.

    지금의 나의 처지와 상황들, 내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와 한계들을 곱게 또 곱게 껴안고 품는 것이 아닐까요?

    봉헌은 나의 삶에서 일어나는 시련의 극복이오, 그분의 소리를 향한 섬세한 귀 기울임이며,

    종국에는 하느님의 몽당연필이 되기 위함 순명입니다.

    그리하여 내 가슴속에 순명과 청빈, 정결로 갈고 닦아 빛나게 된 보석들을 하느님께 받들어 올려드리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껴안을 때, 우리 가슴에 말씀이신 그리스도께서 머무십니다.

    그 말씀은 영혼 안으로 스며들어 우리의 얼굴을 빛나게 할 것입니다. 나는 믿고 희망합니다.

    : 김대우 모세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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