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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설봉공원(利川雪峰公園)의 시비(詩碑)국내 나들이/동상(銅像),흉상(胸像),비(碑), 2015. 3. 2. 05:00
이천설봉공원(利川雪峰公園)의 시비(詩碑)
이천의 진산 설봉산(雪峰山) 자락에 자리잡은 설봉공원은 2001세계 도자기엑스포를 성공적으로 이끈 중심지였으며,
세계도자비엔날레와 매년 열리는 이천도자기축제, 이천쌀문화축제, 설봉산별빛축제의 개최지로서 시민의 편안한 휴식처이다.
이곳에는 유명 시인의 시비가 조성되어 있다.
=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 418-2 =
국화 옆에서 / 미당,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내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젊은 하루
그대, 아끼게나
靑春을
이름없는 들풀로
사라져버림도
영원에 빛날
삶의 光榮도
젊은 시간의
쓰임새에 달렸거니
오늘도 가슴에
큰 뜻을 품고
젊은 하루를
뉘우침 없이 살거나
1946년 여름
星泉 柳達永
눈속에 여인 / 단곡 선지월
눈을 감으면
살며시 찿아오는
아름다운 여인
눈을 뜨면
어디론가 사라져 가는
그 여인
마음을 뒤 흔들어 놓고
멀리 도망 간
잊지 못할 여인
그 여인을
다시 찿기 위해
나는 눈 을 감는다
그 여인을
애타게 보고싶은
그리움과 사무침이
가슴을 불태울 때마다
나는 또 눈을 감는다.
오늘 / 구상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속에 이어져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고 나서부터가 아니라
오늘로서부터 영원을 살아야하고
영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
옥잠화 / 北江 박건웅
하얀 옥비녀에 어리는
옛 여인의 양지
그윽한 향기에 감춰진
쪽진 여인의 숨결
싸리울 스쳐 가는 바람소리에도
행여나 임이신가
가슴 설레어
지게문 밖으로 귀를 모으던
순정의 여인
호롱불 빛 받으며 성큼성큼
뜰 안으로 들어서는 임
반갑고 반가워 저고리 고름 매만지던
수줍은 여심
그 때 그 여인의 정취
지금도 새하얀 꽃술에 남아
밤 뜰에 스미고
사뿐이 끄는 옷자락 소리
밤은 깊었다
새로운 길 /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승무 / 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 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 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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