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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명걸 시비(黃明杰 詩碑)국내 나들이/동상(銅像),흉상(胸像),비(碑), 2015. 3. 11. 05:36
황명걸 시비(黃明杰 詩碑)
재질 화강석/ 브론즈
작가: 김형준
설치장소: 양평 물안개공원(2014년 9월)
-지조(志操)/황명걸-
한 포기 작은 풀일지라도
그것이 살아 있으면
비에 젖지 않나니
더구나 잎이 넓은
군자풍의 파초 임에랴
빗방울을 데불고 논다
한 마리 집오리일지라도
그것이 살아 있으면
물에 젖지 않나니
더구나 몸가짐이 우아한
왕비 같은 백조임에랴
물살을 가르면 논다
(씨알의 소리 1976. 10 발표)
황명걸 시인 행장
(1935~ )
황 시인은 1935년 평안남도 평양에서 태어나 1945년 정국이 불안한 남북분단 상황에서 1946년 월남하여 서울에서 자랐다.
1955년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불문학과에 입학하나 중퇴하고, 1962년 “자유문학”에 시 ‘이 봄의 미아’로 등단했다.
60여년의 시작 활동 중 시집 ‘한국의 아이’, ‘내 마음의 솔밭’, ‘흰 저고리 검정 치마’, ‘두물머리에 서서’가 있고,
‘황명걸 시화집-안녕하세요, 요셉 보이스 씨’와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천년의 시화집 1,2’가 있다.
대표작으로 ‘한국의 아이’를 꼽는데 그 주제는 후진적 근대조선의 위상 자각과 탈피,
그리고 자주국가의 가치 발견과 남북분단의 극복에 두었다.
한국의 아이/ 황명걸
배가 고파 우는 아이야
울다 지쳐 잠든 아이야
장난감이 없어 보채는 아이야
보채다 돌멩이를 가지고 노는 아이야
네 어미는 젖이 모자랐단다
네 아비는 벌이가 시원치 않았단다
네가 철나기 전 두 분은 가시면서
어미는 눈물과 한숨을
아비는 매질과 술주정을
벼 몇 섬의 빚과 함께 남겼단다
뼛골이 부서지게 일은 했으나
워낙 못사는 나라의 백성이라서
하지만 그럴수록 아이야
사채기만 가리지 않으면
성별을 알 수 없는 아이야
누더기옷의 아이야
계집아이는 어미를 닮지 말고
사내아이는 아비를 닮지 말고
못 사는 나라에 태어난 죄만으로
보다 더 뼛골이 부서지게
일을 해서 멀지 않아
네가 어른이 될 때에는
잘 사는 나라를 이룩하도록 하여라
멀지 않아 네가 어른이 될 때에는
잘 사는 나라를 이룩하도록 하여라
그리고 명심할 것은 아이야
일가친척 하나 없는 아이야
혈혈단신의 아이야
너무 외롭다고 해서
숙부라는 사람을 믿지 말고
외숙이라는 사람을 믿지 말고
그 누구도 믿지 마라
가지고 노는 돌멩이로
미운 놈의 이마빡을 깔 줄 알고
정교한 조각을 쪼을 줄 알고
하나의 성을 쌓아 올리도록 하여라
맑은 눈빛의 아이야
빛나는 눈빛의 아이야
불타는 눈빛의 아이야
황시인은 1975년 동아일보 해직기자로서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였고,
은퇴 후 양평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살며 ‘두물머리에 서서’를 통해 고향 대동강 양각도를 떠올리며,
북한강 남한강 두 물이 합수하여 한강을 이루듯 남북이 합일하여 통일을 기하기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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