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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지 김윤식 시비(西芝 金潤植 詩碑)
    국내 나들이/동상(銅像),흉상(胸像),비(碑), 2022. 6. 7. 20:05

    서지 김윤식 시비(西芝 金潤植 詩碑)

     
     
     
     

    단오(端午) 전날 - 서지 김윤식

     

    이웃들은

    단오(端午)를 앞에 두고

    감나무에 농약(農樂)을 뿌린다

     

    십 년도 전에 돌아가신

    도전숙부(道田叔父) 총각 때니까

    오십 년(五十年)은 되었을 반시(盤柿)

    짙어가는 나무 그늘에서

    약(藥)을 뿌려야 하나

    몇일을 생각한다

     

    하필이면

    나무가지에 덮힌 외양간 처마에

    제비는 깃을 치고

    애눈도 없이

    멋대로 깐

    새끼 네 마리

     

    오늘도 무료한 오후(午後)

    이번에는

    어느 놈이 받아먹는가

    우두커니 앉아서

    해를 넘긴다

     

    山村近 日 抄 中

     

    이천 십 년 추석

    장산 박도일 씀

     
     
     
     

    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

     

    - 2·28 대구 학생데모를 보고 -

     

     

    설령 우리들의 머리 위에서

    먹장 같은 구름이 해를 가리어 있다 쳐도

    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은

    앓고 있는 하늘, 구름장 위에서

    우리들의 태양이 작열하고 있기 때문.

     

    학자와 시인, 누구보다 굳건해얄

    인간의 입들이, 붓끝들이

    안이한 타협에 그 심장이 멈춰지고

    또는

    얍사하니 관외에 둔주한 채 헤헤닥거리는, 그래서

    꼭두각시 춤으로 놀고 있는 – 이리도

    악이 고웁게 화장된 거리에

    창백한 고적으로 하여 <참>이 오히려 곰팡이 피는데---

     

    그 흥겨울 <토끼사냥>을

    그 자미 있을 <영화구경>을 팽개치고...

     

    보라! 스크렘의 행진!

    <바름>을 위하여 두려움이 없는 10대 모습.

    쌓이고 쌓인 해묵은 치정 같은 구토의 고함소리.

     

    허옇게 뿌려진 책들이 짓밟히고

    그 깨끗한 지성을 간직한 머리에선 피가 흘러내리고

    불행한 일요일 글루미 선데이에 오른

    불꽃 불꽃,

     

    빛 좋은 개살구 익어가는 이 땅의 민주주의에

    아아 우리들의 태양이 이글거리는 모습.

     

    하필 손뼉을 쳐야만 소리가 나는 것인가

    소리 뒤의 소리. 표정 뒤의 표정으로

    우뢰같은 박수소리.

    환호성.

    뿌려지는 꽃다발!

     

    1960년 2월 28일.

    우리들 오래 잊지 못할 날로

    너희들

    고운 지성이

    썩어가는 겨레의 가슴속에서

    한송이 꽃으로 향기로울 것이니.

     

    이를 미워하는 자 누구냐

    이를 두려워하는 자 누구냐

    치희로 웃는 자 누구냐

    그들을 괴롭히지 말라.

    그들의 앞날을 축복하라.

     

    지금은 봄

    옥매화 하얀 송이 젊은 대한의 강산에서

    3월의 초하루를 추모하는

    너희들 학생의 날!

     

    아아 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은

    저리 우리들의 태양이 이글거리기 때문.

     

    1960년 2월 28일 서지 김윤식 지은 시를

    2010년 10월 13일 미성 이희순 적다

     

     
     
     

    시비 건립 의의

     

    1960년 2월 28일. 자유당 이승만 정권의 부정부패에 항거하여

    분연히 일어난 대구의 고교생들은 대오를 이루어 거리로 거리로 물결처럼 흘렀다.

    건국 이래 자발적인 민주화운동의 효시인 2.28 학생의거는

    이후 3.15 마산의거와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은 이러한 학생들의 용기와 희생을 기리며

    그 또한 사대의 지식인으로 불길의 한 복판에 서고자 한 시인의 함성이다.

    서지 김윤식 선생은 1927년 경산시 용성면 덕천리에서 태어나

    1958년부터 향리에서 농사를 지으며 시를 쓴 농민시인이며

    향토사가, 농촌 계몽운동가, 교사, 향토 언론인, 문학운동가로서 많은 활동을 했다.

    그는 이데올로기의 시대를 관통하는 내내 민초들의 삶에 뿌리를 둔 지식인이자 시인이었다.

    그의 시가 가진 사회성은 시대적 요청에도 불구하고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한

    사회 지식인층에 내리는 준열한 심판이기도 했다.

    2010년은 2.28 의거 50주년을 맞는 해이다.

    서울 수유리 4.19 기념공원에서 시인의 시 <합장> 이,

    대구 2.28 기념공원에 <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이 세워져 있다.

    이제 시인의 고향인 경산에 시비를 세우는 일이야말로 후학의 도리일 것이다.

    경산에 그의 시 정신을 기리는 시비를 세움으로써

    자라나는 청소년과 시민 모두에게 민주주의의 산 역사를 일깨우고

    또한 의로운 정열을 불태운 시인을 기억하며 사랑할 것이다.

     

    西芝 김윤식 시인 시비건립추진위원회

     

    경상북도 경산시 계양동 466 경산시 남매공원

     

     

     
     

    서지 김윤식 시인 연보(西芝 金潤植 詩人 年譜)

     

    1928년 경북 경산 용성면 덕천리 245번지에서 출생. 본관 경주(慶州), 호 서지(西芝) · 야인(野人)

    1944~1948년 용성초등학교 교사

    1950~1952년 대구신보 기자

    1951년 일본 동경전수대 법문학부 중퇴

    1952~1958년 흥해중학교 · 경주여자고등학교 교사

    1954년 홍익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55년 詩同好人會 <靑麥(청맥)> 창립회원

    1957년 시집 ‘오늘(장문사)’ 발간

    1960년 시집 ‘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형설출판사)’발간

    1960~1970년 한국시인협회 회원

    1969~1972년 영남일보 기자

    1973년 ‘산촌근일초(山村近日抄)’ (세음사) 발간

    1979년 5월 文學同人會 <慶山文學會> 창립(부회장)

    1984년 시집 ‘하늘이여 너에게(문연사)’ 발간

    1985년 경산향교 부설 경산 명륜학원 창설

    1988~1990년 대구일보 논설위원

    1991년 시집 ‘아직도 체념할 수 없는 까닭은(문연사)’ 재간

    1991~1996년 경산신문(구 경산향토신문) 초대 주필

    1992~1994년 경북문협 초대 회장

    1995년 4월 19일 국립4.19묘지(서울 도봉구 수유동)에 ‘합장’ 시비 제막

    1996년 8월 29일 작고

    2005년 2월 27일 2.28기념중앙공원(대구)에 ‘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 시비 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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