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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동도에서 시(詩)로 읽는 여수
    국내 나들이/섬(島)으로 2013. 2. 4. 21:07

    오동도에서 시(詩)로 읽는 여수

     

     

     


    오동도 등대(우동식)


    한순간도 깨어있지 않고는 긴장을 내려놓을 수 없는 팽팽한 밤

     

    이윽고 사선에서 허우적 거리는 고깃배 한척을 향하여 생명의 주파수를 맞추어 준다.


    오동도는 하나의 집어등  돌아오지 않는 아리따운 여인을 향해 동백꽃등 점점이 불빛을 밝힌다.

     

     



    백비(白碑) 정희성


    시월 십일월 해마다 무슨 원혼처럼 산다화 붉은 멍울 부풀어 오를 때쯤

     

    바닷가에 이르러 눈물 나고야 여수, 아름다운 만성리 바닷가에 이르자면

     

    어두운 말굽터널 지나야 하니 마주 오는 차와 부딪히지 않으려면 몇 번 쯤 오른 쪽으로 비켜서야 하리

     

    암울한 현대사 굴속 같은 마래터널 왼편으로 왼편으로 몰아 세운 절벽 아래

     

    여순사건 위령비 하나 울먹이며 서있느니 , 그날의 총소리 멎은 지 60년이 지나서도

     

    아직 말 못할 무슨 사연 있어 겨우 점 여섯 개 찍어 백비(白碑)를 세웠는가

     

     



    동백은 피어 가슴 진탕되고(박남준)


    이 겨울 남해의 오동도 동백꽃 피어나요 봉황도 오동나무도 어부와 이쁜 각시의 슬픈 죽음도

     

    전설로 잊혀진지 차마 오래인데 섬 가득히 그 붉디붉은 사랑 동백이 피어나요

     

    쪽빛 바다 위 가슴에 피꽃 떨구며 수줍은 촌색시의 동백이 지는 날 어쩌자고 내 가슴은 온통 진탕되어가나

     

     

     

     


    여순동백(박두규)


    동백꽃 붉은 여수, 망망한 바다 그대는 가슴에 피 묻은 붕대를 감고 파도 소리에 뒤척이네. 잠 못 이루네.

     

    푸른 하늘 서러워 동백꽃 지는 날 아직도 흐르지 못한 그 세월이 내 가슴에 흐르네. 흐르고 있네.

     

     

     


    동백꽃 아닌가 뵈(황하백)

     

     

    자연의 숨결 미항 오동도 붉게 타는 남녘의 낭심부 아씨인 양 수줍은 미소여 동백꽃 아닌가 뵈

     

    풍광 어우러져 사랑은 솟고 붉디붉은 영롱한 정염 한설 딛고 혼을 지핀 여심 동백꽃 아닌가 뵈

     

    한려의 다소한 이야기 맑은 햇살 젖어 빚은 우리네 삶 걸음마다 크나큰 원광이여 동백꽃 아닌가 뵈

     


     

    꽃 맑은 섬(정일석)


    남해 바다 파도에 멍든 푸른 몽우리 동백꽃으로 싹 틔워 붉게 물든 모성의 섬 오동도


    동박새 울음 따라 피어난 봄내음 꽃 맑은 섬 오동도 가는 전라선 기차 긴~ 기적 수평선에서 떠오른다.

     

     

     


     섬(문태준)


    조용하여라 저 가슴 꽃 그림자는 물속에 내렸다

     

    누구도 캐내지 않는 바위처럼 누구든 외로워라

     

    매양 사랑이라 불리는 저 섬은

     

     



     여수(강영은)


    바다를, 품에 안은 여수에서는 바람이, 바다보다 먼저 보인다

     

    바람의, 젖을 물고 있는 섬들과 바람의, 근육으로 다져진 해안 바람의, 등뼈에는 파도 꽃이 하얗게 핀다

     

    바다를, 놓아기르는 여수에서는 바람이, 그물 치고 그물 걷는다

     

    바람은, 향일암 동백꽃을 품에 안고 바람답게, 파도와 몸 섞기도 하지만

     

    바람은, 항구보다 먼저 일어나 바람의, 입술로 뱃고동을 울리고 바람의, 어깨 위로 배를 띄운다

     

    바다를, 놓아 보내는 여수에서는 바람이, 사람대신 통성명 한다

     

    바람이, 사람보다 먼저 흐느끼고 바람이, 사람보다 깊게 출렁인다

     

    바다가, 조바심치는 한 겨울에는 바람이, 눈보다 먼저 녹는다

     

    바람의, 눈물을 받아내는 바다의, 내륙에선 짠 맛이 깊어지지만

     

    바다 속, 녹지 않는 영토를 지닌 바람은, 모두 여수로 와서 죽는다

     

    죽어서 봄 바다로 다시 태어난다

     

     




     이름 하나(이옥근)


    지금은  누구의 꽃잎 되어 살고 있을까


    오동도  동백 그늘에 앉아 아픈 이름 하나 꺼내 바람결에 헹구면


    붉은 동백꽃 그리움으로

     

    뚝 

     

     

     떨어져

     



     백도송 白島頌 (이성관)

     

     

    백에서 하나 모자라 그 이름이 백도라지

     

    꿈결같이 하이얀 섬 그래서 백도라지

     

    저만치 세속 등지고 물러앉은 신선도(神仙圖)

     

     


     

    동백(권갑화)


    어느 정변의 뜰 안, 바람마저 소스라치는


    한순간 감당 못할 정적이 엄습했나


    눈물도 미처 거두지 못한


    붉게 타는 자결!







     횡간도(임호상)

     

    날과 날의 사이를 깁는다 어둠의 끝과 새벽의 그 경계를 가늠하며 시간의 허리를 깁는다

     

    졸음을 쫒기 위한 커피 몇 잔이 바다의 새벽을 만들고 가끔 냉장고 문을 열면 차디찬 기억들이

     

    밤새 풀어놓은 어둠을 걸치고 변함없이 다가와 길 위 그물에 걸려 파닥이는 횡간도 아침

     

    이른 새벽 아직 눈 뜨지 않는 바다의 그물을 들어올리면 벌겋게 충혈된 바다가 방파제 기다란 목을 내밀고 있다.

     

     

     

     

    오동도(이시영)


    이 바람 지나면 동백꽃 핀다

     

    바다여 하늘이여 한 사나흘 꽝꽝 추워라

     

     

     

     

     

    오동도 가는 길(김진수)

     


    올올이 눈물사려 무늬 놓는 남도 천리 바람 길도 천리라며 물빛꼬리 이어문다

     

    길 위에 길을 놓치고 놓친 길을 돌아보니


    낯 푸른 겨울바다 오동동 오동동동 성상으로 다다른 섬 단걸음에 환한 이 길

     

    동백꽃 여전히 붉다 하늘엔들. 땅엔들.

     

     

     


     건어 乾魚 (박혜연)

     


    은빛 지느러미 빛나던 꿈은 어디 갔을까

     

    햇볕에 살을 주고 바람에 마음 주며

     

    조용히 누워 있는 물살에 몸 맡기는

     

    즐거운 간지럼도 없이

     

    상처 난 아가미 사이로 이는 바람

     

    아픔 없이 내보내는 저 홀가운 몸

     



     여수떡 (유용주)

     


    40년만에 반백이 되어 고향에 돌아왔더니

     

    눈이 침침한 동네 어르신들 몰라보신다


    여수떡 아들이라고 셋째라고

     

    귀에다 고함을 지르자 끄덕끄덕 하신다


    그려,여수떡, 사람 참 좋았는디......

     

    이 풍신도 아들이라고 떡두꺼비 낳았다고

     

    중흥 바닷가 외할매가 보내준 미역,

     

    국 끓여 드셨겠지 땀 훔치며 드셨겠지





     생수보다 귀한 여수(유안진)

     


    고구려(高句麗)의 기상이 흘러와 오늘의 여수(麗水)입니다

     

    고려(高麗)의 빛나는 혼백이 받쳐줘 오늘 여기 여수입니다

     

    생명의 생수 여수(麗水)는 한반도 생명입니다


    금생여수요 옥출곤강(金生麗水 玉出崑岡)*이라지만 어찌 중국의 여수에서만 금이 나겠습니까

     

    우리 땅 여수생금은 최상의 생금(生金)입니다 여수 바다 파도소리는 생금소리입니다

     

    여수의 물비늘은 생금빛입니다 여수사람들 자체가 생금 생수입니다 돌산 갓김치 그 맛에도 있습니다

     

    여수에 오시어 여수(麗水)가 되십시오 한반도의 역사 생명과 생금이 되십시오.

     

     

     

     

     

    새벽 향일암(노임숙)

     

     

    치오르던 바람마저 숨이 차 굴러버리는 돌산섬 끄트머리 동백숲 벼랑

     

    바위마다 새겨진 거북등 문양위로 애욕의 사바세계 번뇌 씻는 염불소리

     

    목어도 함께 울어 먹물 세상 밝히니 그 물결 바다가 자비로 출렁인다.

     

     


     

    오동도(김수자)


    몸과 마음 낮추니 바다향이 깊습니다 제 속을 다 풀고 옷깃마다 젖어드는

     

    한없이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 괜찮은지요 괜찮은지요

     

    행여나 벼랑 끝 맺힌 곳은 없는지 자꾸만, 자꾸만 되묻고 갑니다

     

     

     


     붉은 치마(공광규)


     

    어느 봄날 여수항 선창가 보잘 것 없는 내 인생에 술을 퍼 먹이던 주막집

     

    남자를 바다에 잃고 술집으로 흘러왔다는 여자가 동백나무 아래서 붉은 치마를 벗던 말씀

     

    - 선상님, 동박꽃 지는것 좀보이다. 사랑은 뒤로 미루는 것이 아니랑께라

     

    십 수 년 전 여자는 치마를 뒤집어쓰고 파도 속으로 걸어갔다는데


    해마다 이런 봄날 동백나무가 붉은 치마를 벗는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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