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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기, 일상을 감싸다.국내 나들이/박물관(博物館) 2022. 3. 1. 19:08
“가방에 붙어 다니는 동사는 넣다와 메다 뿐이지만.....
보자기에는 이렇게 싸다, 메다, 가리다, 덮다, 깔다, 들다, 이다, 차다와 같이
가변적으로 복합적인 무수한 동사들이 따라다닌다.”
이어령, <보자기 문명론> 中
보자기, 일상을 감싸다.(包袱 日常)
보자기는 네모난 형태의 직물이다.
그 직물을 사용해 우리는 물건을 보관하고 장식하며 간편하게 물건을 들고 다닐 수 있다.
틀이 있는 가방에 비해 공간 활용에 편하고 재활용이 가능하여 친환경적이다.
‘웃음보’나 ‘보쌈’처럼 보자기에 유래된 단어도 많아 일상생활에 깊이 뿌리 박혀 있음을 알 수 있다.
<보자기, 일상을 감싸다> 전시에서는 궁중에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화려한 문양이 있는
보자기에서부터 민간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였던 보자기에 이르기까지
크기와 소재, 구성 방법 등의 차이와 보자기의 다양한 용도를 소개한다.
오롯이 감싸(全部 包囊)
보자기의 형태는 대부분 정사각형이나 직사각형이다.
용도에 따라 크기, 소재, 구성법, 끈의 개수 등을 결정하여 만들었다.
크기와 소재는 당연히 그 안에 들어가는 물건의 크기와 종류에 따라 결정된다.
한두 폭 보자기는 주로 선물, 예물 등과 같은 작은 귀중품을여러 번 겹쳐 싸는 데 사용되며,
귀한 견(絹, Silk) 직물에 자수를 놓아 장식하기도 하였다.
반면 100cm 가량의 세 폭 이상 보자기는 옷이나 이불, 가구를 싸기 위해
면이나 마(麻, 삼베나 모시) 직물을 이용하여 튼튼하게 만들었다.
끈의 개수와 위치는 물건을 감싸는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귀중품을 싸는 보자기는 여러 번 감싸 단단히 묶을 수 있도록
한쪽 모서리에 끈 두 개를 단 경우가 많고,
이불 보자기 등은 이불이 조금 드러나더라도 사방에 끈을 달아
보자기 범위를 넓히는 등 실용성에 중점을 두었다.
보자기가 상자 안에 들어가는지, 상자 밖을 덮는지 등에 따라 구성법이 달라진다.
보자기에 솜을 두거나 누비는 이유는 물건이 상자와 부딪히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기럭아비는 나무 기러기를 싸서 신부집으로 가고
예물도 담아 보내고
튼튼한 옷감에 짐을 꾸려 한양으로
이삿짐도 보자기로 단단히 묶어 메고
보자기를 두르고 머리 손질도 하고
양손 가득 선물을 싸 들고 고향으로
서류도 보관하고
젊은이들의 가방도 되고
예쁘게 선물도 포장하고
한 폭의 천(一幅布)
보자기를 사용했다는 기록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삼국유사(三國遺事)> 육가야 시조 설화에 '紅幅(홍폭)'이라는 기록이 있는데,
옷감 폭 전체를 사용하여 만든 붉은색 보자기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조선시대 궁중 의례에 사용되는 복식과 기물을 기록한 <상방정례(尙方定例)>와
행사별 물품 목록인 <궁중발기, 宮中件記(궁중건기)>에서는 용례에 따라 사용된
궁 보자기의 다양한 색, 소재, 크기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보자기를 표현하는 한자는 다양하다.
조선시대에는 褓(보)와 袱(복)을 함께 사용하였는데,
18세기까지는 보자기는 袱(복)을, 포대기를 의미하는 襁褓(강보)에는 褓(보)를 사용하였다.
19세기 말부터는 두 글자가 혼용되다가
20세기부터 褓(보)와 褓子(보자)에 명사형 접미사인 ‘기’가 붙어 오늘의 ‘보자기’가 되었다.
조각 상 보자기(床袱) / 견에 자수, 45cm x 45cm, 19~20세기
금박 보자기(金箔袱) / 견에 금박, 70cm x 72cm, 19~20세기
예단 보자기(禮緞袱) / 견, 술, 66cm x 66cm, 20세기
날염 보자기(捺染袱) / 면에 날염, 98cm x 98cm, 19~20세기
조각 보자기(袱) / 마, 쪽모이, 102cm x 102cm, 19~20세기
조각 보자기(袱) / 마, 쪽모이, 140cm x 142cm, 19~20세기
4폭 보자기(四幅袱) - 빨래, 이불, 옷
수(繡)를 놓고
자수 보자기는 다양한 색의 면이나 견(絹, Silk) 직물에 수를 놓아 만들었다.
보통 한 폭에서 한 폭 반 정도(40cm 전후)의 바탕천에
나무와 새 등을 강한 보색 대비로 수놓은 것이 많다.
나무와 새는 아름다운 자연을 그린 것일 수도 있고 보다
근원적인 생명이나 하늘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를 상징할 수도 있다.
다양한 크기의 보자기
보자기의 크기는 옷감 폭을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소재에 따라 그 폭이 조금씩 다르다.
전통 베틀로 짜면 보통 폭이 32~34cm가량 되는데,
그 폭만큼을 길이로 잘라 만든 것이 한 폭 보자기이다.
네 폭 보자기는 한 폭 보자기 네 개를 붙인 크기가 아니라,
한 폭 보자기의 길이와 폭이 네 배가 되도록 천을 이어 붙여 만든 것이다.
따라서 한 폭 보자기 열여섯 개를 연결한 크기와 같다.
조각(碎布)을 이어
바느질을 하고 남은 자투리 천으로 다양한 바느질 도구와 노리개 같은 장신구를 만들었다.
이는 남은 천을 알뜰히 이용한다는 면도 있지만 정성을 모아 복을 구하고자 하는 염원도 담고 있다.
그래서 어린이의 색동저고리나 깃과 섶을 조각 천으로 꾸며 아이의 장수를 기원하였다.
자투리 천을 활용한 대표적인 예로 조각보를 들 수 있다.
조각보는 자투리라도 허투루 버리지 않고 가지각색의 조각을 모아 재탄생시킨 새로운 조형 작품이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3길 4 (안국동) 서울공예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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