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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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아침을 맞이하는 백악, ‘백악춘효(白岳春曉)’국내 나들이/문화재(文化財)를 찾아 2022. 8. 29. 04:09
다시 아침을 맞이하는 백악, ‘백악춘효(白岳春曉)’ 빼앗긴 궁궐의 봄 20세기 초 서화계의 거장이었던 심전(心田) 안중식(安中植, 1861~1919)이 1915년 여름에 그린 〈백악춘효(白岳春 曉)〉는 백악과 경복궁 일대의 모습을 담은 대표적인 그림이다. ‘백악의 봄날 새벽’이라는 제목처럼 버드나무와 같이 푸른 잎의 나무가 궁내에 무성하고 경복궁 전각의 처마와 용마루 사이로 새벽안개가 낮게 깔려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자연이 주는 활기와 다르게 인적 없는 경복궁과 광화문 앞 육조거리의 모습은 고요와 적막이 가득하다. 화면 상단에 마치 거대한 기념비처럼 우뚝 솟아 있는 백악은 조선왕조의 도읍, 한양의 주산(主山)으로서 그 위용을 드러낸다. 화면 중앙의 광화문은 엄밀한 투시도법을 적용해 사실적으로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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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厄)을 막아주는 아름다운 장식, 잡상(雜像)국내 나들이/문화재(文化財)를 찾아 2022. 8. 18. 04:04
액(厄)을 막아주는 아름다운 장식, 잡상(雜像) 궁과 능에 가보면 중요한 건물의 지붕선을 따라 다양한 장식기와가 올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중 전각 지붕 추녀마루 위에 나열된 장식기와를 잡상(雜像)이라고 한다. 잡상의 수는 건물 규모나 용도에 따라 각각 다르다. 목조 건물의 화재를 예방하고 액을 막아주는 의미가 담겼다고 전해지는데 건물의 위엄 있는 분위기를 담당하기도 한다. 유몽인(柳夢寅)이 저술한 한국 최초의 야담집 『어우야담(於于野譚)』에는 잡상이 서유기의 등장인물인 대당사부(삼장법사), 손행자(손오공), 저팔계, 사화상(사오정)을 따서 만들었다는 설이 전해진다. 또한 박지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에는 용에게 ‘구룡’이라는 아홉 자식이 있다는 이야기에서 따와 잡상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존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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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신ㆍ구법천문도(新ㆍ舊法天文圖)국내 나들이/문화재(文化財)를 찾아 2022. 7. 12. 10:11
동서양 천문지식의 융합 - 보물, 신ㆍ구법천문도(新ㆍ舊法天文圖) 천문학은 한반도에서 역사시대 이전부터 이어져 왔는데 청동기시대 고인돌에 남겨진 별 그림을 통해 고대 천문 활동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삼국시대에 들어서며 남겨진 2만 5,000여 개의 천문관측 기록, 왕실 천문대, 그리고 여러 관측기기와 천문도 등은 우리의 대표 천문 자산이다. 특히 고인돌 시기부터 확인되는 별 그림은 고구려 고분벽화를 거쳐 고려의 여러 무덤, 그리고 조선의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에 이르기까지 우리 역사 속에 다양한 모습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선의 밤하늘을 돌판에 새기다 한 해 동안 볼 수 있는 다양한 밝기의 별들을 하나의 원에 그려 넣는 것은 오랜 시간 하늘을 체계적으로 관측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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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남지기로회도(南池耆老會圖)국내 나들이/문화재(文化財)를 찾아 2022. 5. 23. 19:05
보물, 남지기로회도(南池耆老會圖) 이기룡(李起龍), 1629년, 비단에 색, 116.7×72.4cm, 서울대학교박물관 장맛비가 그쳤다. 처마 위로 맑은 하늘이 드러나고 가벼운 바람이 배롱나무꽃을 뒤흔든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청량함이다. 오늘 중요한 모임이 있는 줄 알고 천기까지 도와주는 듯하다. 1629년(인조 7) 6월 5일, 12명의 기로(耆老)들이 남대문 밖 홍첨추(洪僉樞)의 집에 모이기로 했다. 기로는 60세 이상의 노인을 뜻한다. 연지를 감상하기 위해 모인 12명의 기로 12명의 기로는 이인기(李麟奇), 윤동로(尹東老), 이유간(李惟侃), 이호민(李好閔), 이권(李勸), 홍사효(洪思斅), 강인(姜絪), 이귀(李貴), 서성(徐渻), 강담(姜紞), 유순익(柳舜翼), 심론(沈惀) 등이다. 이 중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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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빚어낸 맛(막걸리)일상생활속에서/사람사는 현장 2021. 8. 10. 04:18
세월이 빚어낸 맛 - 막걸리 막 거른 술이라 하여 막걸리, 빛깔이 희다고 하여 백주, 집마다 담그는 술이라 하여 가주, 그 이름도 다양한 막걸리. 특히 농가에서 필수적인 술이라 하여 농주 등으로 부르기도 했다. 『삼국사기』의 기록에도 막걸리나 단술을 가리키는 말이 나오고, 고려시대 문헌에도 탁주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것을 보면, 그 ‘맛’은 깊을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한반도의 발효주 술은 두 종류이다. 하나는 발효주(醱酵酒)이고 다른 하나는 증류주(蒸溜酒)이다. 발효주는 곡물이나 과일 등이 효모와 뒤섞여 발효 작용을 일으켜 생긴 술이다. 자연 상태에서도 얻을 수 있고, 한편으로는 인위적으로 곡물, 과일로 발효 작용을 일으켜 얻기도 한다. 증류주는 발효된 술을 증류 시켜 얻는다. 증류는 자연 상태에서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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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神)이 된 관우(關羽)와 ❮국사당의 무신도❯국내 나들이/문화재(文化財)를 찾아 2020. 9. 25. 04:17
국사당의 무신도(國師堂─巫神圖) - 국가민속문화재 제17호 20세기 초반 / 견본채색 / 101.0x57.0㎝ / 문화재청 채용신❮관제도❯ 1928년 / 견본채색 / 108.0x71.2cm / 전북대박물관 관우도(關羽圖) 지본채색 / 민속박물관(소장번호:민속30578) / 국립민속박물관 신(神)이 된 관우(關羽)와 ❮국사당의 무신도❯ 무신(武神)관우. 그의 자는 운장이나 그 이름 앞에 무신을 붙여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삼국지연의』에서 무력 최고치를 100으로 놓는다면 그 자리엔 당연히 여포가 들어설 것이다. 하지만 정작 무신으로 불리는 건 관우다. 왜 그럴까? 관우의 신격화는 어떻게 이뤄졌고 그 영향이 관우의 그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강영주 감정위원의 ‘문화재 함께 읽기’를 통해 살펴보자. 관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