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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잔칫집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내설악 "영시암"의 국수공양
    국내 나들이/사찰(寺刹), 불교(佛敎) 2008. 10. 24. 05:28

                   잔칫집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내설악 "영시암"의 국수공양


    대한불교 조계종 백담사의 암자인 영시암이 지어진 때는 조선 숙종 때이다.

    서인과 동인의 대립 서인과 남인의 대립이 절정에 달해 있을 때이다.

    숙종의 비(妃) 민씨는 아이를 낳지 못했다. 그런데 총애를 받던 후궁 가운데서 장소의가 아이를 낳았다.

    숙종은 그 아이를 세자로 삼을 작정이었는데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서인이 반대할것을 짐작하고 남인을 등용하기 시작했다.

    세자 책봉의 문제가 나타나자 서인의 영수 송시열이 반대의 상소를 올렸다.

    당시 숙종의 나이는 29세, 민비의 나이는 23세이니 후궁에서 낳은 아이를 세자로 책봉하는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남인은 숙종의 의견에 찬성했다. 숙종은 남인의 힘을 업고 서인들을 숙청하고 남인의 정권을 형성케했다.

    이때 숙청된 사람중에 전 영의정 김수항이 있었다.

    김수항의 아들 김창흠이 속세와 인연을 끊을 셈으로 수렴동계곡 깊숙한 곳에 지어놓고

    영원히 맹서 한다는 뜻으로 영시(永矢)라는 이름을 지었다. 
    김창흡은 매월담 김시습과 쌍벽을 이룰만큼 문재가 뛰어난 사람으로 같이 살던 하녀가 호랑이에 물려갔는데,

    그 후 혼자 살던 감창흡이 나이가 들어 떠나고 그 후 없어졌다가 기호스님이 중수하였으나

    일제 때 화재로 소실 된것을 근래에 보수 중창하기에 이르렀다.

     


    깊어가는 가을속에 설악산의 계곡과 능선들이 울긋불긋 고운 단풍으로 곱게 치장하여 절정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내설악 영시암에서 산행객들과 탐방객을 위해 국수 공양을 하고 있다. 

    차례로 줄을 서서 국수 공양을...



    잔칫집 분위기를 연상 시키는 국수 공양에는 많은 분들이 무료로 국수를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숨은 봉사와 노력을 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국수공양은 "내가 누구에게 베풀며 대가 없는 보시"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뜻이라면 ‘영시암의 국수공양은 무주상보시를 실천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알림으로써 

    보시의 전통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러 사찰 공양간을 돌며 스님들의 공양을 하고있는 보살님들은 여름철 보양음식의 으뜸을 꼽아달라고 하면 

    조금도 망설임 없이 국수를 꼽으며, 스님께서 “국수 말아 먹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국수는 사찰에서‘승소(僧笑)’라고 불리고 있는데 ,

    그렇게 된 연유에는 국수공양이 있다고 하면 스님들이 빙긋이 웃었다는 이야기 때문이다.

    그만큼 스님들 사이에서 국수는 단연 최고 인기 메뉴이기도 하다.


     


    담장도 없고 입구도 없는 내설악 영시암  앞 마당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무엇인가를 배급 받고있어

    가까이 가 보니 국수 공양이 한창이다.


     


    내설악을 찾는 불자들에게 영시암 회주 도윤 큰스님은 ‘설악산 농부 스님’으로 불린다.

    도윤 스님은 인제 백담사에서 대청봉 쪽으로 약 1시간 정도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영시암에서 생활하신다.

    지난 1968년 발을 들여놓은 후 지금까지 설악산을 주 거처로 삼고 있다.

    30년 넘게 내설악의 여러 암자와 사찰을 거쳤지만 영시암을 마지막 수행처로 정한 이유는 자급자족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법당을 중심으로 텃밭 5천여평, 지금은 임야로 돼 있지만 밭 3만여평이 있어

    자급자족을 원하는 스님에겐 더 없이 좋은 도량이다.

    1988년 영시암을 복원한 스님은 무, 배추 등의 채소 농사를 지어 먹을 거리를 마련해 오고 있다.

    당귀, 작약, 만삼, 더덕 등 약초도 재배한다.

    스님이 야생 약초의 씨앗을 받아 재배한 약초들은 스님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신도들을 위한 것이다.

    설악산을 찾는 등산객을 비롯해 영시암 참배객들은 따뜻하고 건강에 좋은 약차를 얼마든지 마실 수 있다.

    스님은 재배한 약초로 차를 끓여 법당 마루에 늘 놓아두기 때문이다.


     

          

    영시암 앞에서 국수공양을...


     


    국수를 보시한다고 길게 줄을 선 관광객들...

    국수를 한 그릇씩 받아 들고 경내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사람들로 절집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이다.



    아궁이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나는 정겨운 설악산속의 암자, 영시암.

     영시암 한켠에서는 커다란 가마솥이 여러개 걸려있는데 계속해서 국수를 삶아내고 있는 중이다..

    이곳을 지나는 등산객들은 발길을 멈추고 이곳에서 국수 한그릇 뚝닥 하고,

    국수의 육수는 가마솥에 장작불로 2~3시간을 우려내고 난 뒤  바로 국수를 삶는다.

    늦가을임에도 가마솥과 장작불의 열기로 주변이  무척 더웠게 느껴졌지만

    살들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국수에 육수를 붓고 적은양이지만 풋김치를 넣어 봉양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봉사하는 보살의 말에 의하면 국수가 불지 않도록 하는 비법을 소개 했는데 

    국수를 삶을 때 식용유를 한 스픈 넣고 삶으면 몇 시간이 지나도 국수가 불지 않고 그대로 있다고 한다.


     


    때마침 "문수도량 영시암 대웅전 상량식 및 도윤 큰스님 법회"가 열려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영시암을 찾았다.

     



    모두다 자기가 먹은 그릇과 젓가락은 한켠 개숫대에가서 깨끗이 씻은후 다시 제자리에 두면

    다음사람 또 사용하고... 다음 사람이 또 먹고 씻고... 씻고,먹고,씻고... 먹고,씻고,먹고...

    영시암에서는 국수만 제공하면 국수를 담는 그릇은 우리 인간이 윤회를 하듯 계속 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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