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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율곡기념관(栗谷記念館)
    국내 나들이/기념관(記念館) 2018. 6. 9. 21:30


    율곡기념관(栗谷記念館)


    자운서원 안에 있는 1986년 현대식 건물로 팔각정 모양으로 지어진 율곡기념관으로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 일가의 글과 그림과 저서를 모아 놓은 곳이다.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동문리 자운서원











    벼루의 말씀


    율곡선생이 어려서 쓰던 벼루가 지금 강릉 오죽헌에 그대로 전하는데,

    가운데가 타원형으로 오목하게 패여 있고, 위쪽과 아래쪽에 나뭇가지와 잎사귀를 양각하였다.

    벼루의 뒷면에는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 정조 12(1788)정조가 율곡 이이의 유품이 강릉에 있다는 말을 듣고

    대왕이 친히 노래를 지어 하사한 문구이다.

    시 안에는 옛날 율곡이 꿈에 얻은 시 구절을 인용한 부분도 포함되어 있다.

    이후 율곡의 유품을 소중히 보관하기 위해 어제각(御製閣)이라는 건물을 지어 보관하도록 하였다.


    涵婺池 象孔石 普厥施(함무지 상공석 보궐시)

    무원(주자의 고향으로 주자의 학문을 의미)의 못에 적셔내어,

    공자의 도를 본받아 널리 베품이여!

    龍歸洞 雲潑墨 文在玆(용귀동 운발묵 문재자)

    (율곡)은 동천(洞天, 저승)으로 돌아 갔건만,

    구름(명성)은 먹에 뿌려 학문은 여기에 남았구나!





    스스로 경계하는 글(自警文, 자경문) - 율곡 이이선생의 글

     

    율곡 이이 선생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학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젊어서부터 인격 향상을 위해서 노력한 모범적인 삶을 산 사람이다.

    여기 소개하는 글은 그의 나이 20살 때 자신을 스스로 경계하기 위해 쓴 글이다.

    그의 엄격하면서도 무리하지 않는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글이다.

     

    1. 먼저 그 뜻을 크게 가져 '성인'을 표준으로 삼아, 터럭만큼이라도 성인에 미치지 못하는 동안은 내 일이 끝난 것이 아니니라.


    2. 마음이 안정된 사람은 말이 적다. 그러므로 마음을 안정하는 것은 말이 적은 데서부터 비롯하느니라.

    말할 만한 때가 된 다음에 말을 한다면, 그 말이 간략하지 않을 수 없느니라.


    3. 오랫동안 놓아 버렸던 마음을 하루아침에 거두어서 힘을 얻는다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느냐.

    마음이란 움직이는 것이라, 안정된 힘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흔들려서 편안키 어려우니라.

    만일 생각이 어지러울 적에 그것이 귀찮아 마음먹고 끊어 버리려고 한다면,

    점점 그 어지러운 생각이 일어났다 꺼졌다 하며 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을 느끼리라.

    설혹 그것을 끊어 버린다 하더라도, 다만 다 끊어 버렸다는 생각이 가슴속에 가로놓여 있다면,

    그 또한 허망한 생각이니라.

    그러므로 마땅히 생각이 어지러울 때에는 정신을 가다듬어 가만가만 다룰 것이요,

    그 생각에 끌려 다니지는 말지니라. 이같이 애쓰기를 오랫동안 하노라면 반드시 차분히 안정되는 때가 있을 것이니,

    무슨 일을 하든지 전심전력한다면 그 또한 마음 안정시키는 공부가 되느니라.


    4. 언제나 조심스럽게 경계하고, 혼자 있을 때에 삼가는 뜻을 가슴속에 품은 채 시시각각 게으르지 아니하면,

    모든 사악한 생각이 저절로 일어나지 못하느니라.

    만 가지 악이 모두 다 혼자 있을 때에 삼가지 않는 거기서 생겨나느니라.

    혼자 있을 때 삼갈 줄 안 다음에 라야, 참으로 저 자연을 사랑하며 즐길 수 있는 고상한 뜻을 알 수 있느니라.


    5. 새벽에 일어나서는 아침에 할 일을 생각하고, 밥 먹은 뒤에는 낮에 할 일을 생각하고,

    잠자리에 들어가서는 내일 할 일을 생각할지니, 만일 일이 없으면 그만 두려니와,

    일이 있으면 반드시 적절하게 처리할 방법을 생각해 낸 다음에 글을 읽을지니라.

    글을 읽는다는 것은 옳고 그른 것을 분간해서 실천에 옮기려 하는 것이니,

    사물을 살피지 않고 오똑 앉아 글만 읽는다면 쓸데없는 학문이 되느니라.


    6. 재물이나 영예를 탐하는 마음은 비록 일어나더라도 쉬 알게 되고 그 생각을 쓸어버릴 수 있지만,

    일을 처리하는 데 편케 하려는 마음이 날 때는 (이를 가볍게 넘기기 쉬운데) 비록 터럭 만큼이더라도

    이 또한 이()를 탐하는 마음이니 더욱 살펴야 할지니라.


     7. 무릇 일을 만났을 적에는, 해야 할 일이거든 정성껏 하되 싫증내고 게을리 하는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되며,

    또 해서 안 될 일이라면 딱 끊어서 가슴속에서 옳고 그른 것이 서로 싸우게 하지는 말지니라.


    8. 언제나 저 <맹자>에서 이른 바 "한 가지 옳지 못한 일을 행하고

    한 사람의 죄 없는 이를 죽이고서 천하를 얻는다 해도 하지 않는다."라고 한 그 생각을 가슴속에 간직할지니라.


    9. 횡액과 역경이 닥쳐 올 적에는 스스로 돌이켜 깊이 반성함으로써 저쪽을 감화하도록 할지니라.

    제 집안 사람들이 감화되지 못한다는 것은 다만 성의가 모자라기 때문이니라.


    10. 밤에 잘 때나 아플 때가 아니면 눕지 않아야 하고, 비스듬히 기대지도 말 것이며,

    또 밤중일지라도 졸리지 않으면 눕지 말되, 다만 억지로 할 것은 아니니라.

    그리고 낮에 졸음이 오면 마땅히 정신을 차려 바짝 깰 것이요,

    그래도 눈꺼플이 무겁거든 일어나서 두루 거닐어 깨도록 할지니라.


    11. 공부에 힘쓰되 늦추지도 말고 서둘지도 말며, 죽은 뒤에야 그만 둘 것이니

    만일 그 효과가 빨리 나기를 구한다면 그 또한 이()를 탐하는 마음이니라.

    만일 이같이 아니 하면 어버이에게서 물려받은 몸뚱이를 욕되게 함이라.

    그게 바로 사람의 아들 된 도리가 아니니라.



    격몽요결(擊蒙要訣) 구용(九容)과 구사(九思)

     

    - 구용(九容) -

    족용중(足容重) : 발을 옮겨 걸을 때에는 신중하게 한다.

    하지만 어른 앞을 지나칠 때와 어른의 명령으로 일을 할 때에는 빠르게 걸음을 옮긴다

    수용공(手容恭) : 손은 모아 공손하게 잡는다. 손을 필요 없이 움직이지 않는다

    목용단(目容端) : 눈은 단정하고 곱게 한다. 눈을 치켜뜨거나 곁눈질을 하지 않는다.

    구용지(口容止) : 임은 조용히 다물어야 한다. 말하지 않을 때는 입을 벌리고 있지 않는다.

    성용정(聲容靜) : 말소리는 나직하고 조용하면서도 분명하게 한다. 수선스럽게 떠들지 않는다.

    두용직(頭容直) : 머리는 곧고 바르게 하여 의젓한 자세를 지킨다.

    기용숙(氣容肅) : 호흡은 조용히 고르게 하고, 안색은 평온히 한다.

    입용덕(立容德) : 서 있는 모습은 똑바르고 덕성이 있어 보이도록 한다. 기대거나 삐뚤어진 자세는 하지 않는다.

    색용장(色容莊) : 얼굴 표정은 항상 명랑하고 위엄있게 한다.

     

    - 구사(九思) -

    시사명(視思明) : 눈으로 볼 때에는 바르고 옳게 볼 것을 생각한다.

    청사총(聽思聰) : 귀로 들을 때에는 소리의 참뜻을 밝게 들을 것을 생각한다.

    색사온(色思溫) : 표정을 지을 때에는 온화하게 할 것을 생각한다

    모사공(貌思恭) : 몸가짐이나 용모는 공손히 할 것을 생각한다.

    언사충(言思忠) : 말을 할 때에는 참되고 정직하게 할 것을 생각한다.

    사사경(事思敬) : 어른을 섬길 때에는 공경할 것을 생각한다.

    의사문(疑思問) : 의심나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아는 이에게 물어서 배우겠다고 생각한다.

    분사난(忿思難) : 분하고 화나는 일이 있으면 사리를 따져서 참을 것을 생각한다.

    견득사의(見得思義) : 자기에게 이로움이 있으면 그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를 생각한다.








    학교모범 16(學敎模範 十六條)

     

    학교모범(學敎模範)은 율곡 선생이 47세 때 대제학으로 재임하던 당시.

    선조(宣祖)의 왕명(王命)을 받고 택사(擇師)와 양사(養士)를 목적으로 제진(製進)한 수양서이다.

     

    1조 입지(立志) : 배우는 자의 목적과 자세

    첫째는 뜻을 세움이니, 배우는 자는 먼저 뜻을 세워야 하며, ()로써 자신의 임무를 삼아야 한다.

    도는 높고 먼 것이 아닌 데도 사람이 스스로 행하지를 않는다. 온갖 선한 것이 다 나에게 갖추어 있으니, 달리 구할 필요는 없다.

    다시 망설이거나 기다릴 것도 없으며, 더 이상 두려워하거나 머뭇거릴 것도 없다.

    곧바로 천지로써 마음을 세우고, 민생으로부터 표준을 삼으며,

    옛 성인을 표준삼아 끊어진 학문을 잇고, 만세를 위하여 태평(太平)을 열어 주는 것으로 표적을 삼아야 한다.

    물러서서 스스로 앞길에 한계선을 긋는 생각이나 우선 편안한 것을 바라서

    스스로 용서하는 버릇은 털끝만큼도 가슴 속에 싹트지 못하게 해야 한다.

    훼방과 명예, 영화로움과 욕됨, 이득과 손해, 화와 복, 이런 것들이 마음을 설레이게 말아야 하며

    분발하고 힘써서 기어코 성인이 되고 말아야 한다.

     

    2조 검신(檢身) : 기초적인 예절교육

    둘째는 몸을 단속함이니, 배우는 자가 한번 성인이 되겠다는 뜻을 세우고 나서는,

    반드시 구습을 씻어버리고 오로지 배움을 향하여 몸가짐과 행동을 다잡아야 한다.

    평소에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자며, 의관은 반드시 정숙하게, 용모는 반드시 장중(莊重)하게, 시청(視聽)은 반드시 단정하게,

    거처는 반드시 공손하게, 보립(步立)은 반드시 똑바르게, 음식은 반드시 절제있게, 글씨쓰기는 반드시 공경스럽게,

    궤안()은 반드시 가지런하게, 당실(堂室)은 반드시 정결하게 하여야 한다.

    항상 아홉 가지의 태도로써 몸을 지녀야 하니,

    곧 발은 무겁게,(가볍게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만일 어른 앞에 나아갈 적이라면, 종종걸음으로 이에 구애받지 않는다.)

    손은 공손하게,(손을 건들거리지 말고 일이 없을 때에는 단정히 가슴에 모아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다.)

    눈은 단정하게,(눈과 눈썹을 고정시키고 바로보고 흘겨보거나 곁눈질하지 않는다.)

    입은 다물고,(말할 때와 음식을 먹을 때가 아니면 항상 다문다.)

    목소리는 조용하게,(형기(形氣)를 가다듬어야 하며, 딸국질이나 기침같은 소리를 내어서는 안된다.)

    머리는 곧게,(머리는 바로 몸은 곧게 하여 몸을 기울이거나 기대서는 아니된다.)

    호흡은 정숙하게,(콧숨을 고르게 쉬어야 하며 소리를 내어서는 아니된다.)

    서 있는 자세는 덕스럽게,(바르게 서고 기대지 않아서 의연히 덕스러운 기상이 있어야 한다.)

    표정은 씩씩하게(안색도 단정히 가지고 태만한 기색이 없어야 한다.)하여야 한다.

    그리고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고,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1)

    이른바 예가 아니라는 것은 조금이라도 천리(天理)에 어긋나면 이는 곧 예가 아니다.

    그 대략의 것을 말할 것 같으면, 창우(倡優)의 부정한 색()과 음란한 속악(俗樂)의 소리와 비루하고

    오만한 놀이와 유련황란(流連荒亂)2)의 잔치는 더욱 금하여야 한다.

     

    < >

    1)論語안연편(顔淵篇)에 보이는 "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의 사물(四勿)을 말한다.

    2) 孟子양혜왕(梁惠王)하편에 유련황망(流連荒亡)이란 말이 있다.

    뱃놀이에 정신이 팔려 물 흐름을 따라 흘려내려가서 돌아올 줄 모르는 것을 유().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서 돌아올 줄 모르는 것을 연().

    짐승 사냥에 시간잃어 세월 가는 줄을 모르는 것을 황().

    술을 즐기며 싫증낼 줄 모르는 것을 망()이라 한다.

     

     

    3조 독서(讀書) : 공부의 내용과 교과서

    셋째는 독서이니, 배우는 자가 선비의 행실로 몸가짐을 단속하고 나서는 반드시 독서와 강학(講學)으로써 의리를 밝혀야 하니,

    그런 뒤에 학문에 나아가야 공부의 방향이 흐리지 않는 것이다.

    스승을 따라 수업하되, 배우기는 반드시 넓게, 질문은 반드시 자세하게, 생각은 반드시 신중하게,

    분별은 반드시 명확하게, 깊이 깊이 생각하여 반드시 마음으로 체득하기를 기약하여야 한다.

    언제나 글을 읽을 때에는 반드시 태도를 정숙히 하고 단정히 앉아서 마음과 생각을 한 곳으로 모아 한 책에 익숙해진 뒤에야

    바야흐로 다른 책을 읽어야 하며, 범연히 많이 보기에 힘쓰지 말고, 억지로 기억만을 일삼지 말아야 한다.

    독서의 순서는, 먼저소학(小學)으로 그 근본을 배양하고,

    다음에는 대학(大學)근사록(近思錄)으로 그 규모를 정하고,

    다음에는 논어(論語)·맹자(孟子)·중용(中庸)과 오경(五經: 周易 · 書經 · 詩經 · 禮記 · 春秋),

    그리고 틈틈이사기(史記)와 선현(先賢)의 성리(性理)에 관한 글들을 읽어서 의취(意趣)를 넓히고 식견을 가다듬어야 한다.

    성인(聖人)의 글이 아니면 읽지 말고 보탬이 없는 글은 보지 말아야 한다.

    글 읽는 여가에 때때로 기예(技藝)도 즐기되 이를테면 거문고 타기, 활쏘기,

    투호(投壺: 화살같은 것을 병에 던져 넣는 유희)등의 놀이는 모두 각자의 규범을 두어 적당한 시기가 아니면 노닐지 말 것이며,

    장기, 바둑 등의 잡희에 눈을 돌려 실제의 공부에 방해가 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4조 신언(愼言) : 인격향상을 위한 실천적인 도덕교육

    넷째는 말을 삼가는 것(愼言)이니, 배우는 자가 선비의 행실을 닦으려 하면

    반드시 추기(樞機: 가장 중요한 기관으로 여기서는 언어를 가리킴.)를 삼가야 한다.

    사람의 과실은 흔히 언어에서 나오는 것이니, 말은 반드시 정성스럽고 미덥게 하고 반드시 시기에 맞추어 하며,

    수긍이나 승낙은 신중히 하고, 말투를 정숙하게 하고, 농담을 하지 말고 떠들지를 말아야 한다.

    다만 문자(文字)와 의리에 있어 유익한 말만 하고, 황잡(荒雜)한 것,

    괴이한 것, 귀신 등과 시정배(市井輩)의 비루한 말 따위는 입에서 내지 말아야 한다.

    이를테면 같은 또래들과 어울려 쓸데없는 이야기로 날을 보내거나, 시정(時政)을 부질없이 마구 논란하거나,

    남의 장점과 단점을 서로 비교하는 것은 모두 공부에 방해가 되고 일을 해치므로 일체 경계하여야 한다.

     

     

    5조 존심(存心) : 본 마음을 간직하자

    다섯째는 본 마음을 간직함이니, 배우는 자가 몸을 닦으려면 반드시 안으로 마음을 바로 잡아

    외물(外物)의 유혹을 받지 않아야만 된다는 것이니,

    그런 뒤에야 마음이 편안해 온갖 사악(邪惡)이 물러나서 바야흐로 실덕(實德)에 나아가게 된다.

    그러므로 배우는 자가 먼저 힘쓸 일은 가만히 앉아서 본마음을 간직하여

    고요한 가운데서 흐트러지지도 혼미하지도 않음으로써 큰 근본을 세우는 것이다.

    이를테면 어떤 생각을 할 때도 반드시 선악의 기미를 잘 살펴서 그것이 선일 경우에는 그 의리를 궁구(窮究)하고,

    그것이 악일 경우에는 그 싹을 끊어버려서, 본 마음을 간직하고 본성을 기르고, 성찰(聖哲)하여 꾸준히 노력을 계속하면,

    모든 언동이 의리의 당연한 법칙에 맞지 않음이 없을 것이다.

     

     

    6조 사친(事親) : 어버이를 잘 섬기자

    여섯째는 어버이를 섬김이니, 선비의 온갖 행실 중에 효도하고 어른께 공경스레 순종함을 근본으로 삼으니,

    삼천 가지 죄목 중에 불효가 가장 큼을 말한다.

    어버이를 섬기는 자는 반드시 일상생활에서 공경함을 극진히 하여 어른의 명에 순종하는 예를 다하고,

    봉양에는 즐거움을 극진히 하여 몸의 봉양을 다하고, 병환에는 근심을 극진히 하여 의사를 모셔오고 갖은 약을 다 쓰고,

    상사(喪事)에는 슬픔을 극진히 하여 상례의 도리를 다하고, 제사에는 엄숙함을 극진히하여 추모의 정성을 다하여야 한다.

    겨울에는 따뜻하게 모시며, 여름에는 서늘하게 모시며, 어두우면 잠자리를 보살피고, 밝으면 문안드리는 것과 나갈 때는 반드시 아뢰고,

    돌아오면 반드시 뵈옵는 것에까지도 하나같이 성인의 교훈을 따르지 않는 것이 없어야 한다.

    부모가 만일 잘못이 있을 것 같으면 성의를 다하여 은근히 간하고 점차 도리로써 깨닫도록 하여야 한다.

    속으로 자기를 돌이켜보아 온갖 행실이 갖추어지지 않은 것이 없이

    ()이 온전하여 부모를 욕되지 않게 하고서야 비로소 어버이를 섬긴다고 말할 수 있다.

     

     

    7조 사사(事師) : 스승을 잘 섬기자

    일곱째는 스승을 섬김이니, 배우는 자가 성심으로 도에 뜻을 두었으면 반드시 먼저 스승을 섬기는1) 도리를 융숭히 하여야 한다.

    사람은 군사부(君師父: 어버이, 임금, 스승) 이 세 분 덕에 태어나고 살고 배우게 되므로,

    섬기기를 똑같이 하여야 하니, 어찌 마음을 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함께 있으면 아침 저녁으로 문안하고, 따로 있으면 수업 받을 때 뵈오며,

    초하루, 보름에는 일제히 모여서 예2)를 행한 다음 두 번 절하고 뵙는다.

    평소의 받듦도 그 존경을 극진히 하고 가르침을 독실히 믿어 늘 명심하여 잊지 말아야 한다.

    스승의 말씀과 행하는 일에 의심되는 점이 있을 것 같으면 모름지기 조용히 강문(講問)하여 그 잘잘못을 가려야 하며,

    곧바로 자기의 의견으로 문득 스승을 나쁘게 이야기하여서는 아니 된다.

    또한 의리를 생각하지 않고 스승의 말만 맹신(盲信)하여서도 아니되며,

    봉양하는 정도에 있어서도 힘에 따라 성의를 극진히 하여 제자의 직분을 다하여야 한다.

     

    < >

    1) 국어(國語)진어(晋語)에 보이는 "백성은 세분의 덕으로 살아가니,

    섬기기를 한결 같이 한다. 아버지가 낳으시고, 스승이 가르치고, 임금이먹인다.

    [民生於三. 事之如一. 父生之, 師敎之. 君食之."를 들어 말했다.

    2) 문묘(文廟)의 알현(謁見) 동료간의 상읍례(相揖禮) 따위를 말한다.

     

     

    8조 택우(擇友) : 벗을 가려서 사귀자

    여덟째는 벗을 가림이니, 도를 이어받고 의혹을 푸는 것은 스승에게 있다 하더라도,

    서로 갈고 닦아 인()을 돕는 것은 실로 벗에게 힘입어야 함을 말한다.

    그러므로 배우는 자는 반드시 충성되고 믿음직하며 효성스럽고 어른에게 손종하여 곧고 바르고 후하고

    독실한 선비를 가려 벗으로 사귀어서, 잘못이 있으면 서로 경계하고 선행을 서로 권하며

    절차탁마(切磋琢磨)하여, 벗의 윤리를 다하여야 한다.

    만일 마음가짐이 독실치 못하고 검속(檢束)이 엄하지 못하여 떠돌고 다니며

    놀이나 즐기고 말과 기()만을 숭상하는 자와는 모두 사귈 만하지 못하다.

     

     

    9조 거가(居家) : 가정윤리

    아홉째는 가정생활이니, 배우는 자가 몸과 마음을 닦고 나서는 가정생활에서 윤리를 다하여야 한다.

    형은 우애하고 아우는 공손하여 한몸 같이 여기고, 남편은 온화하고 아내는 양순하여 예를 잃지 말며,

    바른 도리로써 자녀를 훈육(訓育)하고 사랑 때문에 총명이 흐려지지 말아야 함을 말한다.

    집안의 아랫사람들을 통솔하는데 있어서도 엄격을 주로 하되 관용을 베풀고 굶주림과 추위를 특별히 염려하며,

    상하가 정숙하고 내외의 분별이 있어서 한 가정의 처사가 극진하지 않은 것이 없어야 한다.

     

     

    10조 접인(接人) : 사회윤리

    열 번째는 사람을 응접함이니, 배우는 자가 가정을 바로잡고 나서는 남을 대할 때 한결같이 예의로 지켜야 한다.

    어른 섬기기는 공손하게 하고,(침식과 행보를 모두 어른보다 뒤에 하되 열살 이상이면 형으로 섬기고, 갑절 이상이면 더욱 공손히 대우한다.)

    나이 어린 사람은 자애로 어루만져야 하며, 친족에게 화목하고 이웃을 사귀는데 까지도 그들의 환심을 얻도록 해야 한다.

    항상 덕업(德業)을 서로 권장하고, 잘못을 서로 바로잡고, 혼인 · 장례 때 서로 돕고, 환란에 서로 도와 언제나 남을 구해주고,

    이롭게 하려는 마음을 품어야 하며, 남을 해치거나 사물을 해롭히는 생각은 조금도 마음에 머물러 두어서는 안된다.

     

     

    11조 응거(應擧) : 과거와 학문을 함께 이루자

    열 한 번째는 과거에 응시함이니, 과거는 비록 뜻있는 선비가 조급히 서두를 것은 아니나,

    또한 근세에는 그것이 벼슬길에 들어가는 통규(通規)이다.

    만일 도학에 전심하여 진퇴를 예의에 의해서 하는 이라면 그것을 숭상할 리 없지만,

    혹 서울의 문물을 보고 과거를 보게 되면1) 또한 성심으로 공부를 해야 하지, 세월만 부질없이 보내서는 안된다.

    하나 득실 때문에 그 지키는 지조를 잃어서는 안되며, 또 항상 자신을 바로 세우고 도를 행하여 임금에게 충성하고

    나라에 보답하겠다는 생각을 품어야 하지, 구차스럽게 의식 넉넉하기나 추구해서는 안된다.

    진실로 도에 뜻을 두어 게을리 하지 않고, 일상 하는 일이 도리에 따르지 않음이 없다면,

    과거 공부도 일상사의 한 가지이니 실제의 공부에 무슨 방해가 되겠는가?

    지금 사람들이 늘 뜻을 빼앗길까 염려하는 것은 득실로써 생각이 움직여짐(이해타산)을 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요즈음 선비의 공통된 병폐는 태만하고 해이하여 글읽기에는 힘쓰지 않고,

    스스로 도학을 따른다고 하면서 과거공부를 달갑게 여기지 않아 부질없이 세월만 보내고,

    학문이고 과거 공부고 다 성취하지 못하는 자가 많으니 가장 경계하여야 한다.

     

     

    12조 수의(守義) : 견리사의(見利思義)

    열 두 번째는 의리를 지킴이니, 배우는 자는 의()와 이()를 밝게 분별하는 것보다 더 급한 것이 없다.

    ()라는 것은 무엇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바라는 목적이 있다면,

    다 이()를 위하는 도척(盜蹠)의 무리다. 어찌 경계하지 않겠는가?

    선행(善行)을 하면서 명예를 구하는 자도 이를 위하는 마음이니,

    군자는 그것을 담장 넘고 벽 뚫는 도적1)보다 더 심한 것으로 보았다.

    하물며 착하지 못한 행위를 하면서 이까지 구하는 자일까 보냐!

    배우는 자는 털끝 만한 이욕도 마음에 두어서는 안된다.

    옛사람은 부모를 위한 노역이라면 품팔이나 쌀을 지는 일일지라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그 마음은 늘 깨끗하여 이욕에 물드는 일이 없었는데, 오늘날 선비는 종일토록 성현의 글을 읽으면서도

    오히려 이욕을 버리지 못하니 어찌 슬픈 노릇이 아니겠는가?

    비록 혹시 가정이 가난하면 부모의 봉양을 위하여 한번 계획해보지 않을 수 없으나 이()를 구할 생각은 싹트게 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물리치거나 받거나, 가지거나 주거나에 있어서도 언제나 그것이 마땅한 지의 여부를 잘 살피고,

    이득이 되는 것을 보면 의리에 맞는가를 생각하여야 하며, 털끝만큼도 구차스럽게 지나쳐버려서는 안된다.(견리사의見利思義)

     

    < >

    1) 천유지도(穿之盜) : 벽을 뚫고 담장을 넘고 들어가 물건을 훔치는 좀도적.

    몰래 나쁜 짓을 하는 소인에 비유하는 말. 論語 (陽貨)》 「 而內荏 璧諸小人 其猶穿 之盜也與.

     

     

    13조 상충(尙忠) : 충직함을 숭상하자

    열 세 번째는 충직함을 숭상함이니, 충후(忠厚)와 기절(氣節)은 서로 안팎이 되는 것이나,

    스스로 지키는 절도가 없이 적당히 하는 것으로 충후(忠厚)한 체하는 것도 옳지 못하며,

    근본적인 덕이 없이 과격한 것으로써 기절인 체하는 것도 옳지 못하다.

    세상의 습속이 어지럽고 야박하매 실덕(實德)이 날로 쇠퇴하여,

    남의 비위를 맞추어 아부하지 않으면 반드시 거만스레 기개만 숭상하여서 행실이 중도에 맞는 선비를 얻어 보기가 참으로 어렵다.

    시경(詩經) 대아大雅, 온순하고 공손한 사람이여 오직 덕의 기틀이로다.(溫溫恭人, 雜德之基)1)하였고,

    시경(詩經, 大雅, 蒸民부드러워도 삼키지 않았고, 딱딱해도 뱉어 버리지 않았다. (柔亦不茹, 剛易不吐)2) 하였듯이

    반드시 온순하고 공손하며 화평하고 순수하여 근본이 깊고 두터워진 뒤에야 제대로 정의를 세워

    큰 절의에 다달아 제 뜻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저 비루하고 아첨하는 자들이야 본래 말할 것도 못되거니와, 명색이 학문한다는 선비로서도 재주와 현명함을 뽑내어

    남을 깔보고 물건을 우습게 여기는 자는 그 해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앎이 조금만 되어도 넉넉한 줄 알고, 발끈하거나 명성이나 좋아하는 사람이 어찌 능히 참 기개와 절개를 지닌 자이겠는가?

    요즈음 선비의 병통이 이와 같으니, 진실로 예학이 밝지 못하고 허세만 부리고 교만 떪이 습관된 탓이다.

    반드시 예학을 강명(講明)하여 윗사람을 높이고 어른을 공경하는 도리를 다하여야 한다.

    진실로 이렇게 한다면 충후(忠厚)와 기절(氣節)을 둘 다 완전히 이룰 수 있을 것이다.

     

    < >

    1)詩經(大雅. )에 나오는 구절.

    2)詩經(大雅) 증민(烝民)편의 말.

     

     

    14조 독경(篤敬) : 공경을 돈독히 하자

    열 네번째는 공경을 돈독히 함이니, 배우는 자가 덕에 나아가고 학업을 닦는 것은 오직 공경을 돈독히 하는 데에 있다.

    공경하기를 돈독히 못하면, 이는 다만 빈 말일 뿐이니, 모름지기 안팎이 하나같고 조금도 중단이 없어야 한다.

    말에는 본받을 만한 교훈이 있고, 행동에는 법도가 있으며 낮에는 하는 일이 있고 밤에는 얻는 것이 있으며,

    눈 깜짝할 사이나 숨 한번 쉬는 사이에도 본마음을 간직하고 본성을 기름(存心養性)이 있어서,

    공부에 힘쓰기 비록 오래더라도, 그 효과는 구하지 말고 오직 날마다 부지런히 하여

    죽은 뒤에야 그만두는 것이니, 이것이 곧 실학(實學)이다.

    만일 이것은 힘쓰지 않고 다만 해박한 것을 논하고 이야기하는 것으로써 자신을 꾸미는 도구로 삼는 자는 곧 선비의 적이다.

    어찌 두려워하지 않아서 되겠는가?

     

     

    15조 거학(居學) : 학교에 거처함을 바르게 하자

    열 다섯번째는 학교에 거처함이니, 배우는 자가 학궁(學宮)에 있을 때에는 모든 행동거지를 일체 학령(學令)에 따라야 한다.

    독서도 하고 제술(製述)도 하며 식후에는 잠시 거닐어 정신을 맑게 하고 돌아와서 학업을 익히되 저녁 먹은 뒤에도 역시 그렇게 한다.

    여럿이 함께 있을 때에는 반드시 강론으로써 서로의 견식을 늘이고 위의(威儀)있는 몸가짐으로써 정제(整齊)하고 엄숙해야 한다.

    만일 선생(곧 사장)이 학궁에 계시면 읍()을 한 뒤에 질문하며 더 배우기를 요청하는데,

    마음을 비우고 가르침을 받아서 늘 잊지 말아야 하며, 무익한 글을 질문하여 심력(心力)을 헛되이 쓰게 하여서는 안된다.

     

     

    16조 독법(讀法) : 글 읽는 법

    열 여섯번째는 글 읽는 방법이니, 매월 초하루 보름에는 여러 유생이 학당에 함께 모여 문묘(文廟)에 배알하고

    읍례(揖禮)를 마친 뒤 좌정하여(스승이 있으면 북쪽에 앉고 여러 유생들은 삼면에 앉는다)

    장의(掌議)(장의가 유고 시에는 유사(有司) 또는 글 잘 읽는 자가 대신한다)

    소리높여 백록동교조(白鹿洞敎條)1)학교모범을 한 번씩 읽는다.

    그리고나서 서로 강론하며 서로 실상적인 공부로써 권면하고,(스승이 있으면 스승에게 질문한다)

    만일 의논할 일이 있으면 강론을 통하여 결정한다.(여러유생이 의논할 일이 있으면 스승은 먼저 나가야 한다)

    유생 중에 연고가 있어 참석하지 못하겠으면 반드시 서면으로 모이는 곳에 알려야 한다.

    여럿이 다 아는 바로 병이 있거나 시골에 갔거나,

    기일(忌日)을 당한 외에 연고를 핑계하여 참석하지 않기 두 번이면 1개월간 모임에서 내어쫒고

    만일 그래도 오지 않으면 사장에게 고하여 처벌은 의논한다.(모임에서 내쫒음을 보통 손도(損徒)라 이르며,

    다시 복귀를 허락할 때에는 전체가 모인 자리에서 맞대어놓고 꾸짖는다.)

     



    학자필성(學者必誠)


    학문하는 자는 반드시 정성을 다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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