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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븐숭이 4.3위령성지(4,3유적지)
    국내 나들이/제주도(濟州道) 2018. 11. 18. 23:00




    제주 4.3유적지 입구





    애기 돌무덤 앞에서

    (지은이 양영길, 글쓴이 황요범)


    한라 영산이 푸르게

    푸르게 지켜보는 조천읍 북촌마을

    4.3 사태의 군인 한 두 명 다쳤다고

    마을사람 모두 불러 모아 무차별 난사했던

    총부리 서슬이 아직도 남아 있는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할 너븐숭이 돌무덤 앞에 목이 메인다

    아직 눈도 떠 보지 못한 아기들일까

    제대로 묻어주지도 못한

    어머니의 한도 함께 묻힌 애기 돌무덤

    사람이 죽으면

    흙속에 묻히는 줄로만 알았던 우리 눈에는

    너무 낯선 돌무덤 앞에

    목이 메인다.

    목이 메인다

     

    누가 이 주검을 위해

    한 줌 흙조차 허락하지 않았을까

    누가 이 아기의 무덤에

    흙 한 줌 뿌릴 시간조차 뺏아 갔을까

    돌무덤 속에 곱게 삭아 내렸을

    그 어린 영혼

    구천을 떠도는 어린영혼 앞에

    두 손을 모은다

    용서를 빈다

    제발 이 살아있는 우리들을 용서하소서

    용서를 빌고

    또 빈다.





    애기무덤


    북촌리 주민 학살사건 때 어른들의 시신은 살아남은 사람들에 의해 다른 곳에 안장 되었으나

    어린 아이들의 시신은 임시 매장한 상태 그대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현재 20여기의 애기무덤이 모여 있는데, 적어도 8기 이상은 북촌대학살 때 희생된 어린아이의 무덤이다.











    상생.평화.번영의 탑


    제주 4.3의 비운을 상생과 평화의 이름으로 말끔히 씻어주고

    이 같은 액운이 다시는 이 땅위에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하며

    마을의 안녕과 영원한 발전을 기원하며 이 방사탑을 세운다.

    2008년 8월 15일 북촌리민일동 쌓음



    제주 4.3희생자 북촌리원혼 위령비(濟州 四.三犧牲者 北村里冤魂 慰靈碑)



    4.3 조상님들이시어


    인간의 목숨

    그 창창한 미래의

    모든 가능성을

    한 순간에 빼앗긴 채

    너무도 작은 시간을

    살다간

    슬픈 영혼 영신님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생명의 빛으로

    되살아나

    마침내 역사가 되신

    영혼 영신님네

    그 크나큰 슬픔의

    권능으로

    인간의 어리석음을

    바르게 다스려 주소서

     





    제주 4.3희생자 북촌리원혼 위령비 건수기


    서기 1948년 음력 1219일 새벽 마을 어귀 고갯길에서 무장대가 군차량을 기습하여 군인 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군인들이 들이닥쳐 온 마을에 불을 지르고 주민들을 학교 마당에 집결시켜

    학살을 자행하다가 인근 밭으로 4,50명씩 몰고가 무차별 사격으로 35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곳 너븐숭이는 학살의 현장이다.

    그 이튿날(1220) 살아남은 사람들은 함덕리로 소개되어 갔으나, 또 거기에서 수십 명이 희생되었다.

    이보다 앞서 음력 1116일에는 무장대의 습격에 대비하여 밤낮으로 보초서던 민보단원 23명이 마을 동쪽 낸시빌레에서 학살 당하였다.

    군경의 탄압을 피하여 가까운 야산 숲속과 동굴에 숨어 있던 상당수의 주민들은 토벌대의 총에 맞아 죽기도 하고

    귀순하면 살려준다는 전단을 보고 손들고 내려왔다가 잔혹한 고문으로 죄가 씌워져 정뜨르비행장에서 집단 처형 당하거나

    바다에 던져져 수장되고 혹은 육지형무소로 보내어져 행방불명이 되었다.

    원통한 죽음들이었건만 울음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말문에 족쇄를 채워진 지 어언 60년이 흘렀다.

    민주화운동의 성공으로 권위주의 독재정권 시대가종식됨에 따라 4.3진상규명 요구의 함성이 드높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20001124.3특별법이 제정되고, 20031031일 노무현대통령이 정부를 대표하여

    공권력의 잘못을 사과함으로써 마침내 4.3사건의 진실이 역사의 조명을 받게 되었다.

    1993년 마을 원로회에서는 4.3 진실이 규명되리라는 확신을 갖고 피해조사를 단행,

    439명의 희생자와 재산피해 상황을 조사하였고, 유족회에서는 수년 전부터 합동위령제를 봉행해 오고 있다.

    이제 우리는 모든 이의 뜻을 모아 이곳 너븐숭이에 위령비를 세우고 제단을 마련함으로써

    억울하게 가신 영령들을 위무하고 이 자리를 평화시대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아울러 이 기념사업은 정부의 지원으로 이루어졌음을 밝힌다.

    서기 2007년 음력 1219 

    북촌리 4.3희생자 유족회




    제주 4.3희생자 북촌리원혼영위




    새로운 빛으로 되살아 나소서


    오호라!

    무자년 섣달 열아흐레 날

    그 날의 참사를

    뉘라서 잊을 것인가!

    포악무도한 세력의 사나운 총구 앞에서

    436명 무죄한 촌맹이

    한날 한시에 쓰러져 가던 그날

    불타는 마을의 충천하는 붉은 화광과

    벼락치는 총성 속에

    낭자한 통곡과 비명들이 하늘을 찌르던

    그날을

    뉘라서 잊을 것인가!

    역대 독재정권들이 반세기에 걸쳐

    그 참사의 기억을 말살하려고 무섭게 금압했지만

    과연 그것이 잊혀졌던가

    이제 우리는

    무자년의 그 참사를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하여

    여기에 돌을 세운다

    용서하지만 잊지 않기 위하여

    영구불명의 돌을 세운다

    우리는 또한

    평화의 이름으로이 돌을 세운다.

    세계의 사람들이 그 참사의 생생한 진상을 통해

    진정한 평화가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도록

    전쟁반대의 이름으로 이 돌을 세운다

    전대미문의 참사인 이 사건은

    국가를 향해

    세계를 향해

    당당히 평화를 외칠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436위 영령들이시어

    부디

    새로운 빛으로 거룩하게 되살아 나시어

    우리 마을과 우리 겨레의 앞길을

    환하게 비추어 주옵소서


    지은이 현기영, 글쓴이 김석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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